블로그에 글을 시작하면서 난 너무 즐거웠다. 온습도에 따라 여전히 밤잠을 설치는 별이에게 크림을 발라주다 잠이 깨어도, 혹은 아주 이른 새벽 눈을 떠도 난 예전처럼 밥을 챙겨 먹고 잠을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부여잡고 글을 적었다. 우리의 기록, 나의 감상을 열심히 남기고 싶었다. 자꾸만 잊어버리는 나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우리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고 또한 재미도 있었다. 나의 1호 팬인 신랑의 글 독촉도 마냥 즐거웠고 내 글을 곧이곧대로 읽을 신랑을 생각하면서 가끔은 통쾌하기도 하였다. 실력도 능력도 부족한 지금의 나에게 글쓰기는 재미있는 놀이이다. 나는 아직 글쓰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랑은 저질 체력을 가진 내가 틈틈이 글을 쓰는 것을 걱정스러워하면서도 줄곧 내게 칭찬을 해 주었다. 나는 때론 건강한 비판까지도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 자신하며 신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위주로 듣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금방 잊어버리긴 하지만.
여전히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은 나와 제일 가까운 가족, 측근들이며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나의 블로그를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내가 즐거우니 읽은 지인들도 즐거울 거라 내 마음대로 생각한 탓이었다. 또한 지난주 해시 태그를 설정하고 이웃분들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나의 블로그에는 나를 알지 못하는 몇몇 분들이 우연히 이곳을 찾아오셨다. 또한 그분들은 그냥 지나치시지 않고 나의 부족한 글에 진심이 담긴 댓글을 적어 주셨다.
나는 글을 올리면서 평범하기만 한 나의 일상에 소소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나를 잘 알고 있는 지인들과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이웃분들의 따뜻한 말과 관심이 감동을 계속 더하여 주었다. 신랑에게 나는 이야기하였다. 그동안 나는 칭찬이 고팠던 것 같다고. 칭찬을 받으니 너무 좋더라고. 그것이 의미가 있든 없든, 내겐 이미 너무 크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하였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어주시면 어떨까.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나는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였다. 글쓰기 관련 내용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이 플랫폼은 내게 작가들을 위한 공간 같았다. 이미 작가이신 분들뿐 아니라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작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중에 내가 조금 더 글쓰기 연습을 하게 되면 브런치에 글을 써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공간이었다. 사실 브런치는 어떤 이들에게는 단순한 글쓰기 플랫폼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글쓰기를 열심히 연습하여 앞으로 작가가 되고픈 나 딴엔 조금 더 조심스러운 플랫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공개된 블로그에서 별이와 나의 이야기를 적고 있고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시면 나도 더 즐겁고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싶었다. 글쓰기 실력은 하루아침에 늘 것이 아니니 나는 조금 더 사람들의 관심과 칭찬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나는 아주 짧은 고민을 끝낸 후 간단한 자기소개에 함께 나의 블로그를 덧붙여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 보았다.
그리고 이틀 뒤 답변 메일을 받았다. 나는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이 기뻤다. 나는 처음에 합격 메일 같은 그 메일에 기분이 좋았다. 별이 엄마가 된 이후 나는 개인적인 합격 메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지난날 회사 입사 합격 메일이 잠시 떠올랐다. 그때도 참 기뻤었는데 지금의 나는 이 메일을 받고 서프라이즈를 받은 별이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예전의 나처럼 이 메일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지금의 나는 왜 이 메일에 그토록 기뻐했을까. 꼼꼼히 생각해보니 나는 아마도 메일 속 '작가님'이란 말이 참 좋았던 것도 같다. 나는 앞으로 작가가 되고 싶고 지금 글 쓰는 연습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설픈 글이지만 나도 진심으로 글을 쓰고는 있으니 나도 작가님이 맞겠지. 앞으로 나도 작가 마인드를 가지고 글을 쓰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 마인드를 가지고 작가처럼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간 나도 진정한 '작가님'이 될 수 있겠지.
별이는 꽤 오랫동안 잠자기 전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으로 EQ의 천재들을 선택하곤 했다. 워낙 여러 번 읽어준 터라 나도 읽는 것이 너무 익숙해졌고 이제 별이는 그 내용을 아마도 대충은 외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내 글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큐의 천재들의 어휘도 문체도 참 닮아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별이가 성장할수록, 별이가 읽는 책도 더욱 다양하고 깊어질 테고 나의 글쓰기도 함께 성장해질 수 있을 것이리라. 나는 별이 덕분에 오늘도 나의 세계가 조금 행복해졌다...
브런치 작가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