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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맘 Aug 20. 2020

MBTI 성격 유형 검사 (둘)

 역시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인가. 나는 경이로운 감탄을 하며 신랑에게 우리의 유형이 이토록 다른 것이었다며 내가 검색한 잔 지식 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대단한 비밀을 푼 것처럼 신랑에게 이야기하였고 신랑은 들어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되는 것인지 혹은 아예 들어줄 생각이 없는 건지 어찌 되었든 둘 중의 한 가지 이유로 여전히 말이 없는 것이었다. 신랑은 마치 내가 유난을 떤다는 듯이 혹은 그것을 이제야 알았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요즘 부쩍 생각 중독, 말 중독에 시달리는 내가 거창하지만 인생의 깨달음을 쏟아내는 명언들이 사실 신랑에겐 그리 크게 와 닿지 않은 것처럼.(신랑은 농담처럼 내게 종교에 귀의할 것인지를 물어보기도 하였다.) 


 나는 그동안 신랑에 대해 오해한 것이 무척 많았다는 것을 요즘 신랑과의 대화를 통해 새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 내가 '신랑을 위하여' 참고 있는 부분이 훨씬 크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싸울지언정 신랑과 이야기도를 속 깊게 나누어보기도 하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신랑도 '나를 위하여' 참아주는 부분이 내 생각보다는 많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단지 나에게 설명하지 않았을 뿐.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러했다. 나 역시 말은 안 했지만 나 딴엔 신랑을 배려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꽤 있었다. 신랑은 늘 별이 위주로 생활하는 내게 조용스럽게 불만을 품기도 하였지만 본인에게도 별이는 세상 특별한 딸이었거니와 나의 강력한 육아관을 존중해주려 노력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조금 더 신랑에게 조금 더 양보하려 애썼고 그것이 내가 나의 반려자를 배려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사실 별이 위주의 생활을 '더' 확실하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했지만 나의 반려자를 배려하여 '정도껏' 해왔던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 않나. 그렇다면 우리 신랑 역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더' 하고 싶었지만 나와 별이를 위하여 '덜' 하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뭐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갑자기 너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신랑에게 열폭하였던 지난날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배려하지 않는 신랑의 태도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했던 건 아닌지 또 반대로 나만의 방식으로 신랑을 배려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더 솔직해 지기로 하였다.  


 나는 혼자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다가 식탁에 앉아 핸드폰에 몰입하고 있는 신랑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기로 하였다. 이는 결코 신랑을 '공격하기 위하여'가 아닌, 신랑에 대한 '나의 따뜻한 애정과 배려를 표현하기 위하여' 최대한 따뜻하게 말을 건네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휴식을 위하여 나 혼자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저녁 준비가 바쁘기 때문에 수저라도 놓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당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것은 당신을 사랑해서라고 상기시켜주었다. 알고 있겠지만 혹시 그것을 모를까 봐 걱정이 되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 굳이 덧붙여 주었다. 


 또 라면을 끓이려다가 달걀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내게 묻는 신랑에게 당신이 '나를 사랑하여' 나는 달걀 넣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물어봐 준 거겠지 라며 또다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하였다. 신랑은 이런 과도하고도 반복적인 설명을 여러 번 듣자, 갑자기 왜 이리 사랑 타령을 하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나는 또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왜 갑자기 이런 말들을 하게 되었는지 나는 또 생략했던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충분히 하여 이미 정리된 내용을, 나는 신랑에게 공유하지 않은 채, 또다시 나 혼자 출력하였다가, 결국 언제나처럼 소통의 오류가 난 것이었다. 사실 이런 적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나는 짐짓 놀라지 않은 척하며(사실 속으로는 많이 놀랐지만) 내가 이러한 표현을 왜 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별이에게처럼 따뜻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게 된, 그동안 나의 강한 생각을 나름 수용하려 늘 애썼던 이 남자는 나와 함께 본인의 마음 출력하기에 바로 동참하였다. 그리고 우리 둘은 별이가 보기에 너무나도 정말 이상한 말투로 지나치게 따뜻한 대화를 하기로 시작하였다. 농담 반 진담 반 시작한 마음 표현 놀이는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제 내가 알지 못했던 신랑의 마음이나 배려가 조금은 더 전보다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지만 본인 나름대로 꽤 열심히 하고 있을 거란 믿음도 조금 더 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곤충의 여왕'이 되고픈 별이는 곤충을 찾다가도 우연히 발견한 민달팽이 역시 열심히 관찰하였다. 본인 위주로만 놀이를 진행하려는 별이를 이따금씩 이해 못하는 신랑에게 지금 별이는 제왕적 시기이며 그 욕구가 충분히 채워져야 이후에 본인을 지나치게 자책하거나 반대로 자만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 설득하였다. 그러자 별이 아빠는 별이가 언제는 왕이 아닌 시기가 있었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듣고 보니 참으로 그러했다. 별이는 태어나 줄곧 우리 집의 제왕이었다. 물론 엄마 아빠가 절대 안 되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는 조건부 제왕이긴 했지만.                           

 언젠가 별이는 엄마가 왕이냐며 무척 억울해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별이 생각에는 엄마가 자꾸 이것저것 시키는 것 같았을 것이다. 나는 차근차근 따뜻하게 별이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별이가 알겠다고 할 때까지. 별이도 이미 눈치를 챘고 별이 아빠도 알고는 있지만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우리 집엔 오로지 하나의 태양이 있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건 '나'이다. 나는 늘 내 의견에 '노'를 외치는 두 사람이 '예스'를 할 때까지 끝까지 설득하는 다정한 편이며 두 사람은 그런 나를 항상 기다려주고 결국 따라준다. 이 날은 우리 별이가 무려 백만 시간이나 기다려주었다.


(곧이곧대로 이해할지 모르는 신랑을 위하여 덧붙이자면 우리 집에는 사실 세 개의 태양이 있다. 그리고 그때 그때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태양의 결정에 따라야만 한다. 선택되지 못한 자들은 무척 씁쓸해하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기만 하는 왕은 단연코 없다.)



METI 성격 유형 검사 (셋)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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