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서울이라는 사당
서울깍쟁이들은 사당에서 잡는 약속을 그다지 내켜하진 않는다지만
화성에 사는 친구를 만날 때면 나는 흔쾌히 사당행 열차에 오르곤 한다
사당은 은근 뭐가 없다가도 뭐가 있다
소품샵은 없어도 감성 카페는 있고
가봐줄 만한 카페가 있다해도 앉을 자리는 없다
크로플은 맛없지만 비건 식당 감자튀김은 맨날 가고 싶을 정도로 미친 맛이다
그러나 사당은
심심한 골목길을 뒤적이기만은 아쉬워 파스텔시티를 들려줘야 하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면 벌써부터 진이 빠지는 이상한 동네다
지네처럼 이어진 사람들의 뒤통수가 곳곳에 가만히 멈춰있다
아, 사당은 눈 닿는 모든 곳이 버스정류장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집으로 가기 위해 앞사람의 뒤에 서는 사람들
차곡차곡 열을 맞추고 있다
버스가 멈춰 서면 엎질러지는 도미노
그러다 또 우리는
눈 닿는 모든 곳이 스타벅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가장 뒷사람의 뒤에 서는 것을 포기한 채 1인 1 음료 매장 규칙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다
드디어 생일날 받은 기프티콘을 탕진할 기회가 생겼다
1일 2 카페일지라도 디저트 배는 남았는지
티라미수와 커피 두 잔을 시키고 나서야 자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온통 집에 가기 싫은 사람들이 두런거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주말의 단물을 쪽쪽 빨아먹겠다는 듯 잠시도 쉬지 않는다
여기가 시장통인지 스타벅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소음을 소음으로 물리치는 곳
"뭐라고? 니 목소리 안 들려!"
"뭐?"
소통이 가능하려면 나도 데시벨을 높여야 한다
울부짖는 새 떼처럼 언어가 허공 위를 나돈다
화성이 아니라 경기도 화성으로 갈 뿐인데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못 볼 사람들처럼
"다들 반쯤 미친 거지."
우리도 지지 않고 템포를 올린다
월요일행 우주선이 도착하기 전까지
미치지 않고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상하고 신기한 동네, 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