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생각이 나는 사람
일본에서는 우리 연애할래요? 라는 고백을
오늘은 달이 참 아름답네요. 라고 돌려 말한다는
친구의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최은영 작가의 말이 떠오르는 친구 A
그녀와 보낸 햇수도 어느덧 열 손가락이 부족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일본 애니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과몰입이 꽤나 심한 타입인 오타쿠 두 명은
달이 참 예쁘다는 표현과도 같은 말을 창안해보기로 한다
창작을 천직으로 여기는 나보다 더 상상력이 짙은 A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야"
우리는 그날 사랑한단 흔한 말을 새로 정의하며
그 말을 곱씹을 때마다 서로를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낀다면
그걸 사랑이라 부르기엔 낯부끄럽다면
당신이 계속 생각난다고,
그리고 나를 자주 생각해달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연애의 끝은 이별이라는데 우리에겐 종착점이란 없다
그렇게 우리는 솔로의 삶을
하루 더 타협하고 넘어가기로 하지만
아무렴 어떠냐
송충이의 출현에 벌벌 떨던 어린 시절에도
문제집 풀며 머리를 쥐어뜯던 학창 시절에도
서로의 연애사업에 충고를 아끼지 않는 지금에도
우린 아무렴 좋을 뿐이다
생각을 멈출 방법이라고는 모르는 극 N형인 너와 나는
쉼 없이 서로를 생각하면서
언젠가 서로에게도 자신을 쉼 없이 생각해주는
짝을 만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약국에서 솔라씨를 챙겨주지 않는대도,
사탕 대신 담배를 무는 나이가 됐다 해도,
돈과 가오는 잃기 싫은 스물넷
습관처럼 농담을 던지며 깔깔거릴 때마다
아직은 어린 우리의 젊음이 자주 생각날 것 같아서
이 시절을 느리게, 느리게, 앓고 싶다
내 연애를 망치러 온 나의 단짝
나의 청춘
나의 A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