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오늘 행복하기로 했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정말 쉽다.
1. 싫어하는 것 덜 하기
2. 좋아하는 것 많이 하기
내가 돈을 많이 벌든 못 벌든
1년 뒤에 굶어 죽든 말든
나는 그냥 오늘 행복하기로 했다.
불안해하고 우울해할수록 나만 손해다.
난 이기적인 인간이니까, 다 때려치우고 오늘 행복하기로 했다.
1. 싫어하는 것 덜 하기
내가 싫어하는 게 뭐지?
생각해 보면 나는 딱히 싫어하는 걸 하고 살지 않는다.
싫은 소리 듣는 걸 싫어해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와 혼자 일한다.
현재 함께 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분들도 전부 좋으신 분들이라 마음 상할 일이 전혀 없다.
얼마 전부터 느낀 게 하나 있는데,
내가 나를 너무 과하게 낮추고 나 자신을 만만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떡해요 ㅠㅠ', '전 잘 몰라서...'와 같은 말을 하면 상대는 나를 딱 그 정도로 본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나는 만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싫다.
나에게 화가 난다.
내가 요즘 가장 싫어하는 건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는 내가 그 정도 능력이 안되더라도, 그보다 훨씬 능력 있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고자 한다.
2. 좋아하는 것 많이 하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눈치 안 보고 많이 하기로 했다.
아무도 내가 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눈치 봤던 존재는 나 자신이었다.
지금 이런 거나 하고 여유 부릴 때야?
이런 건 나중에 돈 더 많이 벌면 해
뭔가를 해볼까?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속에서 들려오던 소리다.
이제는 입 닥치라고 하고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뭐냐고?
큼직큼직하게 하고 싶은 건 이미 다 하고 있는 터라 (사업, 피트니스 대회 준비 등)
사실 내가 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있었던 건 비교적 작은 것들이다.
1) 사무실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마시기
운동할 때나 주말에는 커피를 자주 사 마셔도 사무실에서는 왠지 사치 같았다.
사무실에 캡슐커피 머신이 있고, 매일 텀블러에 담아 잘 마시고 있기 때문.
근데 웬걸, 오늘 갑자기 모든 게 권태스럽게 느껴져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출근 전 집 앞 카페에서 커피를 샀는데
테이크아웃 할인이 들어가 1500원밖에 안 하는 게 아니던가.
1500원에 나는 행복한 기분을 안고 출근할 수 있었다.
사업도 하고, 취미도 열심히 하고, 자기 관리도 하는 멋진 여자가 된 것 같았다.
앞으로 매일 테이크아웃 해서 출근할 거다.
2) 나이키 덩크로우 사기
작년에 사서 다 떨어질 정도로 잘 신고 있는 회색 덩크로우가 있다.
어딜 가나 잘 신게 되고, 예쁘고 편해서 만족도가 100%이 넘었는데도
이미 하나 있으니까 이걸로 족해! 하는 생각으로 하나 더 사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엊그제 갑자기 13만 원 아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에
별생각 없이 질렀더니 다음날 바로 왔다.
너무 예쁘고 편하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바로 신고 나가 조깅을 1시간이나 했다.
(조깅용 신발은 아니어서 그런지 발이 좀 아프긴 했다. 삶의 질을 위해 조깅화도 사야겠다.)
너무너무 예쁘다.
이렇게 예쁜 신발을 신는 사람이라 행복하다.
3) 눕고 싶을 때 눕기
약속이 있어서 한강 공원에 갔다.
일찍 도착해 20분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강을 바라보는 방향의 벤치 대여섯 개 중 하나가 비어있었고 나는 잽싸게 그곳을 차지하고 앉았다.
운동을 하고 온 터라 몸이 뻐근하고, 밥까지 먹었으니 피로가 몰려왔다.
잠시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다
허리를 세우고 앉는 힘조차 빼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대로 벤치 위에 누워버렸다.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것이 아니라, 옆으로 돌아 누웠다.
막 퇴근을 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힐끗힐끗 쳐다봤다.
나는 온몸을 축 늘어뜨린 채 잔잔한 한강의 모습을 감상하기도 하고, 눈을 감기도 했다.
눈을 감으면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모든 콘센트가 뽑힌 듯, 오로지 소음과 공기의 흐름만 느껴졌다.
사실 나는 산책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눈을 피했다.
아직 나 눈치 많이 보는구나...
근데 뭐 어쩌겠나.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게 인생이고, 하루하루 나를 위해 살아야지.
오늘의 행복이 없으면 내일의 행복도 없다.
아직 짬이 덜 찼지만 그간 내가 살아오며 느낀 바다.
뭐, 남들에게 적용 안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적어도 그렇다.
6년 전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행복하고 싶다고 울며 소리치는 나에게 누군가가 그랬다.
행복은 나중에 하면 안 되냐고. 지금은 좀 참으라고.
행복도 때가 있구나, 지금은 행복할 수 없더라도 기다리면 행복이 오는구나. 하며 살았다.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다.
아픈 그 시간들이 지나고 진짜로 행복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상황이 변한 게 아니라
행복에 대한 나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같은 상황 안에서도 누군가는 우울증에 걸릴 수도,
누군가는 행복에 젖어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상황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것은 맞지만
나는 이 또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내가 바쁜 와중에도 글을 쓰는 이유다.
불안과 우울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키보드 위에서 발버둥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