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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Oct 08. 2021

기획자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데?

: <기획자의 독서>. 김도영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2. 독서광이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다 보면 ‘진짜 미친 사람이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호기심이 많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나중엔 호기심 또한 재능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외감마저 듭니다.



-1. 한창 책을 즐겨 읽던 시절 문득 효율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들었습니다. 한 권 읽는다고 책에 담긴 지식이 머릿속에 복사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다 문득 책 한 권을 읽으면 적어도 한 달은 작가의 논리 전개 방식을 흉내내며 대화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고민은 접어두었습니다. 책에 담긴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토대로 주장을 관철해나가는 작가의 사고방식이 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0.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을 읽어야 하는 2번째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때로는 무기로, 때로는 생존 수영으로 기능해주는 이 똘똘한 친구를 곁에 더 자주 두어야겠습니다.



+ 여러 책이나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틀리지 않기 위해’ 넣은 안전장치들이 느껴지곤 합니다. 썩 유쾌한 감상이 따라오지는 않아요. 비겁한 개구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렇게 팔짱 끼고 보는 저조차도 자주 사용해 매번 반성합니다. 허나 이 책은 너스레까지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인간미로 넘어가는 듯해요. 챕터 마지막에 붙는 북마크가 구성적으로도 그런 역할을 해줍니다.




“기획자에게 책은 생존 수영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1.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나 수영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생존 수영 정도는 배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기초 체력으로라도 말이죠. 적어도 이 망망대해에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떠 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독서 부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책에서 얻는 기획의 힘은 또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취미 말고, 특기로서의 ‘독서’>


2.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책이란,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이 만나 기호로 표기할 수 없는 특별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거라고요.



3. 작가가 지금 이 부분에서 가장 적합한 의미와 느낌을 담기 위해 이 단어를 쓰는 건지 아니면 그저 단어 하나에 모든 역할을 맡긴 채 글쓴이 스스로 도망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늘 긴장하며 읽고 써야 하는 이유죠. 우리, 글 좀 읽었다고 해서 섣불리 아무 단어나 가져다 쓰지 말자고요. 쉽고 간결하고 진솔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연습을 합시다!





4. 저는 특기에도 ‘독서’라고 쓰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책을 어떻게 읽는지, 어떻게 대하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떻게 공유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세상에 그저 좋아하는 정도에만 머물러야 하는 것들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교양 말고, 무기로서의 '독서'>


5. 세상에는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부지기수지만 그래도 나름의 이유를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무엇인가를 기획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지점이거든요. 우리들 각자가 기획하고 있는 무엇인가는 내가 아닌 남이 쓰는 것이잖아요. 그 쓰임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기획을 잘하고 싶어서 책을 읽습니다”, 저자 인터뷰, 유튜브 채널 “다독다독”>



6. 소설가 장강명 님은 “모든 영감은 불완전한 형태로 다가온다”라고 했습니다. 광고인 박웅현 대표님도 “옳은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인가를 선택한 후 옳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죠. 매우 동감합니다. 두 의견 모두 과정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7. ‘기획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정답은 아직 못 찾았어도 ‘좋은 기획자’에 대한 자격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한때 저의 팀장님이었던 분이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좋은 기획이 나오려면 다양한 스타일의 기획자가 많아져야 하는 것 같아.
각자 다른 무기 하나씩 들고 싸울 수 있는 기획자들 말야.”





 작가 인터뷰, <스낵컬처 시대에도 책은 여전히 아이디어의 보고>, 동아일보



작가 브런치, 저자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김도영, <기획자의 독서>, 위즈덤하우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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