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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Oct 11. 2021

누가 홀든 콜필드를 썼을까?

: <호밀밭의 파수꾼>, 나는 왜 이 소설을 사랑하는가




<나는>


-1.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생의 책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원래 경영서보다 소설을 훨씬 많이 읽는 사람이었던 제 마음에 불을 지폈던 책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오랜만에 너덜너덜해진 책을 뒤로하고 새 책을 구입했거든요. 그래서 생각이 났습니다.




<왜>


0. <호밀밭의 파수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제목이죠. 16세 반항 소년 홀든 콜필드가 퇴학 이후 겪는 이야기를 다룬 J.D. 샐린저의 소설입니다. 퇴학만 네 번째인 그는 빨간 헌팅캡을 거꾸로 뒤집어쓰는 특유의 패션이 인상적인 마른 문제아입니다. 





1. 엄한 아버지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 없는 홀든은 학교에서 쫓겨난 후 기숙사 룸메이트와 싸운 뒤 학교를 나섭니다. 사춘기 소년은 도시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방황하죠. 3일간의 방황을 마친 우리들의 주인공이 여동생 피비에게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소설은 이 3일간 홀든 콜필드가 겪은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전개합니다.




<이 소설을>


2. 스포일러가 될만한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당시 엄청난 화제와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이 소설은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을 과시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 혹은 인생 소설 등으로 박히며 강한 임팩트를 남겼죠. 특히 남성들에게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특이한 소설입니다. 사춘기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겪을만한 심경의 변화와 불안, 그것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표출하는 홀든의 미숙함에서 소년기에 대한 보편적 공감이 이유였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제가 이 책과 처음 조우했던 것도 17세쯤이었네요. 



3. 이 책의 작가 J.D. 샐린저는 1951년 이 책이 발간된 이후 줄곧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2010년 향년 91세 노년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가로서의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으며 그 흔한 매스 미디어와의 소통도 없이 혼자만의 삶을 살았습니다. 아마 홀든과 같은 소년의 마음을 가진 그에게 소설의 엄청난 성공과 그에 따른 관심은 적잖은 부담이지 않았을까요.





4. 이와 같은 작가의 특성 때문에 당대의 화제작이자 근대 문학의 고전 중 하나로 불리는 이 작품은 수많은 이들이 영화로 제작하고 싶어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샐린저에 대한 그 어떤 종류의 인터뷰도 불가했죠. 이런 완강한 고집 때문에 J.D. 샐린저는 단 하나의 히트작만으로 그를 연구하는 수많은 동시대 학자들을 낳은 작가가 되기도 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에 보관 중인 그의 미공개 작품들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만 감독관의 지시하에 공개된다고 하네요.




5. 그는 실제로도 자신이 만든 캐릭터인 홀든 콜필드와 비슷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전성기 이야기를 다룬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와 은둔 생활 중인 그를 모티브로 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샐린저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영화 <인 투 더 와일드>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이 지닌 특유의 코드를 여럿 읽을 수 있었다 말하기도 하죠. 





6. 존 레논을 죽인 살인마의 가방 안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어있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밴드 Green Day의 음악 <Who Wrote Holden Caulfield>, 타블로와 프로듀서 페니의 연주 앨범 <Eternal Morning> 속 트랙 <Holden Caulfield> 등 수많은 음악의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에서도 인용되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은 전 세대의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짙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사랑하는가>


7. 베일에 싸인 작가의 불멸의 명작인 만큼 확장된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를 끌지만, 무엇보다 제겐 불안과 반항 심리에 대한 동질감, 그리고 ‘그럴 수 있다’라는 위로가 있었습니다. 간단한 제 이야기로 마무리하자면 저는 17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정이지만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이나 미래에 대한 자신의 불안이 작지 않은 시기였죠.



8. 그때 아버지가 사주신 책이 바로 이 <호밀밭의 파수꾼>입니다. 표지로도 유명한 민음사의 버전이었고, <데미안>도 함께 권해주셨습니다. 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에 더 깊고 진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마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그 이유일 듯합니다. 혹시나 여러분도 어느 방향으로든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조금 건방지지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샐린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예고편으로 말을 줄입니다. 저도 어서 보고 싶네요! 연휴 간 시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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