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교실 뽀뚜랜드 이야기 1
5월 1일,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오늘은 드디어 자리를 바꾸는 날이다. 지난번에 함께 앉은 짝꿍과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나와는 잘 맞지 않아 조금 불편했다. 오늘은 자리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어느새 학교 도착했다.
선생님 주변에는 역시 다른 아이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자연스럽게 가서 물어보고 싶지만, 소심한 성격에 결국 살짝 근처로 가서 무심한 척하고 귀를 쫑긋거렸다.
“선생님, 오늘 자리 바꾸는 거 맞아요?”
“몇 교시에 바꿔요?”
“이번에 친한 친구끼리 앉으면 안되요?”
“...”
아이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결국 선생님은 살짝 지치셨는지 점심시간 후 5교시에 알려주신다고 말씀하셨고, 우리 반은 쉬는 시간이 되면 끼리끼리 모여 어떻게 자리를 바꿀지 이야기를 나눈다.
“지유야, 이번에 누구랑 앉고 싶어?”
“하린아, 이번에 나랑 앉을래?”
“...”
이번에도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떻게 앉으면 좋은지 우리끼리 토의해서 결정해야한다. 정해진 시간은 10분,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다. 서로 이야기 나누기도 바쁜데 남자아이들은 매번 조금 이야기하다가 장난치기 바쁘다.
‘이러다가 또 선생님 화나면 어쩌지? 이번에도 결국 제비뽑기 방법으로 하긴 싫은데, 나라도 조금 진지해보라고 이야기해볼까? 아냐, 오히려 안 좋은 소리만 들을 거야.’
결국 10분이라는 시간은 끝나버렸고, 나는 이번에도 우리 모두가 원하는 자리대로 앉기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시간을 추가로 주셨다. 그것도 10분이나, 당연히 반응은 뜨거웠다.
우리는 다시 짝꿍을 정하기 시작했고, 몇 분 안 지나서 여자아이들은 잘 정리했는데 문제는 남자아이들이다. 살짝 봐도 상근이와 아무도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1학기에 전학 온 쏠무는 쭈뼛쭈뼛 적극적으로 앉을 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상근이와 쏠무만 남겨진다.
“민규야, 저 둘 어떻하지?”
“선생님한테 살짝 가서 말해볼까?”
“민규야, 쌤한테 이야기하는 건 좀..아닌 듯, 윤지야, 니가 가서 말해보는 건 어때? 남자애들은 니 말은 그래도 잘 들어주잖아.”
하지만 윤지도 막상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는 느낌이다.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몇몇 눈치 빠른 아이들이 서로 모여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 반 모범생인 현지가 희생해서 상근이와 앉기로 한 것 같다.
오늘의 자리바꾸기 미션은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고, 대부분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상근이도 현지가 싫지 않은지 안심하는 표정이었고, 나도 이번에는 친한 여빈이와 짝이 되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여빈이와 꺌꺌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책상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현지가 책상을 끌며 말없이 스쳐 지나간다. 순간의 그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