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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Apr 09. 2023

시소


인생은(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지만) 하루하루가 좋은 일보다 그렇지 못한 쪽으로 기울 때가 대부분이어서 우리는 온 힘을 다해서 균형을 맞추려 애쓴다. 그렇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놀이를 한다.


어릴 때에는 온갖 환상에 뒤덮여서 즐겁기만 하고, 혹 똑바로 앉는 법을 몰라 자리에서 떨어진다 한들 눈에 보이는 까진 상처가 전부라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면 됐다. 상처가 나도 뛰어다닐 수만 있다면 별 것 아니었다.


어느 날은 보이지 않아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적의, 부정, 불안 등의 것들이 한데 몰려와 “너는 안 돼”라고 말하곤 했다. 어디선가 몰려온 그것들은 최선을 다해 나를 높이 올리고는 언제 떨어질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그리고 올라간 높이에 곱절 이상 깊숙한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어린 날의 그때처럼 먼지 털듯 훌훌 털고 다시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나를 끌어내리려 노리고 있던 마음들이 나를 어둡고 컴컴한 긴 터널로 가라고 밀어 넣었다.


그 터널을 지나야 비로소 밝은 빛을 볼 수 있다고 했고, 그 길이가 얼마나 될지 얼마나 깜깜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 어두운 마음들을 애써 들여다보지 말라고 눈을 가려줬고,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밝은 빛을 볼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리고 저 멀리 내가 서 있으니 어서 오라고 손짓해 주기도 했다.


그 마음을 받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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