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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Aug 15. 2023

나를 부르는 정원

만개할 준비


정원에는 오직 초록빛만을 띠는 풀도 있었고, 사이사이 화려하게 핀 꽃들도 있었다.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나무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이름을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내 눈에 띈 것은 색색의 꽃이 아닌 유난히 반짝거리던 작은 새싹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새싹이지만 단단한 줄기가 돋보였고 아무런 향도 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속에서도 특별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하니 그 어떤 화려함을 자랑하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거면  됐다.


그 정원은 모두에게 같은 양의 햇빛과 물 그리고 적당한 바람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흡수되는 양, 자신에게 알맞은 정도는 제각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것들은 쉽게 쓰러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폭염과 폭우가 우리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 속에서도 새싹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정원은 내가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그곳으로 떠밀어 본 적 또한 없었다. 보이지 않는 어떤 작은 힘이 혹은 그런 마음이 나를 정원으로 이끌었고 그것에서 '너'를 발견하게 되었다. 자꾸 손을 뻗게 만들었다. 





처음 내가 손을 뻗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어쩌면 조금 가벼운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고 빈말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도 꽉 채운 마음으로 답을 보내왔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한 번은 다른 친구에게 화분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옮겨 물을 주면서 조금씩 커 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나는 한 번씩 물을 주는 일 외에는 별달리 할 게 없었고 그것은 힘들이지 않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바쁜 회사 일에 치여 돌보지 못하게 되자 잎은 색이 변하고 결국 힘없이 떨어졌다.


어떨 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크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내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뭔가를 바랄 수 있는 사이가 아니기에 조금의 고마움이면 됐다. 나는 '이게 뭐라고'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전했고, (그럼에도 진심이었다) 아마 그도 '내가 뭐라고'라면서 마음을 받았을 것만 같았다. 정말 우리가 뭐라고. 


나는 나의 다른 친구들에게 그 마음을 "진짜!!!"라고 말했다. 가득 찬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기에 온 힘을 주면서 진심을 드러냈다. 이러는 내가 웃기기도 했다. 이런 건 어릴 때만 하는 줄 알았거든.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그 용기가 불쑥 튀어나올 줄이야. 


이제는 시간이 지나 우리 대화의 마지막이 '감사합니다'라는 말보다 밥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며, 운동도 틈틈이 하라는 잔소리(?)가 되어 버린 게 너무너무 웃기다.


한 번 핀 꽃은 언젠가는 잎이 떨어지고 어떤 꽃이 필지,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는 저마다의 모습을 띨 것이다. 내가 발견한 새싹은 그렇게 지켜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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