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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서 Mar 25. 2024

술! 멈춰!

- 술 강요죄, 종신 금주형에 처한다!


 술 못 마시면 죄가 되는 나라가 있다. 그렇다. 한국이다. 고질적인 술 문화, 술 강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은 정말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 불행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언제부터 술이 사회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걸까. 흑. 너무 슬프다.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내가 가장 막내일 텐데. 이를 어쩌나. 술 강요 문화 때문에,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도 여럿 봤다. 나는 술자리가 너무 싫다! 처음부터 술자리를 싫어한 건 아니었다. 술을 마시면 온몸에 붉은 반점이 일어났고, 한 번은 의식을 잃어 지하철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술을 너무 많이 들이부은 게 아니냐고? 허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그때 마신 술이 고작 소주 3잔이었다. 나의 주량은 소주 3병이 아니라, 3잔인 것이다. 내가 뭐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술을 못 마시지만, 술을 싫어하진 않는다. 소주 2잔에 사이다 한 캔. 나만의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다 보면, 알딸딸하니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술도 싫다! 이게 다 술도 술자리도 싫어하게 만든 몇몇 인간들 때문이다.

 대학교 때 일이다. 내가 맡은 직함이 있어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술자리였다. 술을 못 마시니 걱정이 되었다. 요즘에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못 마시면 음료수 주기도 한다니까 기대했다. (불쌍한 나 자식) 속으로 ‘설마 아직도 술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겠어~?’하며 희망을 잔뜩 품고는 술자리로 향했다. 어라,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했던가. 젠장. 술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었다. “하-” 술잔이 비워진 걸 보고는 한숨을 푹. “존나 짜증 나네” 음료수 마시는 걸 보고는 욕을 툭. 안주를 먹은 건지, 욕을 먹은 건지. 아는 사람도 아니고,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술 안 마신다고 욕을 먹다니. 아! 술을 마셔야 텐션이 올라가는데, 텐션이 낮아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의 미친 친화력으로 후배들과 친해졌다. 그러나, 이미 나는 그의 표적. 후배들과 이야기하며 하하 호호 웃으니, 그가 한 마디로 분위기를 압살 했다. “니네는 찢어 놔야겠다” 그렇게 우리는 찢겼다.

 이후에도 그의 분폭행*(분위기 폭행)은 계속됐다. 자취하는 애들은 무조건 새벽까지 달려야 한다며, 나를 노려봤다. 에이씨 자취하지 말걸. 후회되었다. 나에게는 도망칠 명분이 없어졌으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정면승부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사이 후다닥 인사를 하고 튀는 거다. 어차피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닐 테니, 좀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집 방향이 같은 친구와 술집에서 나왔다. 담배를 피우는 그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를 건넸다. 어어, 갑자기 눈앞이 하얘졌다. 어찌할 바를 몰라 아득해진 것이 아니라, 정말 하얘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담배 연기였다. 그가 담배 연기를 내 얼굴에 뿜은 것이다. 그리고는 쥐새끼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동시에 가래를 뱉으며 말했다. “벌써 가게?”

 밤 12시,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슬픈 밤이 지난 다음 날, 그에게 사과 문자가 왔다.


“나 어제 기억이 좀 안 나는데 00 이한테 들어보니까,,, 술강요에 말도 좀 쎄게했네,,, 미안해ㅜㅜㅜㅜㅜ”


 (웃음) 꺼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남은 대학 생활을 위해 “술을 못해서 텐션 못 맞춰드린 게 죄송하죠!”하고 넘겼다. 그 뒤로, 술자리 가는 걸 더 기피하게 되었다. 내 나이 22살. 상처만 남은 술자리였다. 참, 사람들 웃긴다. 술 강요할 거면, 술자리라도 재밌게 만들어주던가! 강압적인 술자리를 만들고는 술도 강요한다. 그리고 그놈의 사회생활과 술은 무슨 연관성이 있담? 당최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술을 마시면서 일해야, 능률이 더 올라간다면 모를까!

 휴. 얼른 술을 못 마시는 게 당당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눈치 안 보고, 사이다 캔을 딸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술 강요병’ 자들에게는 형벌이 내려졌으면!


- 술 강요죄, 종신 금주형에 처한다!


 (ps. 움하하! 어디 한번 술 안 마시고 사회생활 해보시지. 나보다 잘하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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