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에서 자유로워지기
이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닭다리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구닥다리다. 고등학교 시절 많은 구닥다리 선생님들을 만났다. 이 성적으로는 한참 낮은 대학교를 써야 간신히 붙을 거라는 둥. 너무 눈이 높아서 다 떨어질 것이라는 둥. 귀가 찢어지게 잔소리해 댔다. 그것도 다 부정적인 말들만 쏟아내면서.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심화반’이라는 그룹이 있었다. 상위권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잘라서 특별 관리를 진행하는 시스템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위험하다고 했는데. 이건 눈에 이렇게도 잘 보이니, 더 문제였다. 선생님들은 심화반에 있는 학생들의 자소서만을 첨삭해 주고, 면접 연습을 도와줬다. 심화반에는 30명 남짓 되는 아이들밖에 없었으니, 나머지 인원은 알아서 준비해야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떡하겠는가! 혼자서라도 살아남아야지.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한 준비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자소서 쓰는 꿀팁부터 면접 꿀팁까지. 수백 개의 영상과 블로그를 탐색하며 방법을 찾았다. 학교별로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 목표는 무엇인지 찾고 그에 따라 여러 편의 자소서를 준비했다. 또, 대학교 사이트에 올라온 교수님들의 얼굴을 캡처해 놓고, 그 사진들을 보면서 면접을 연습했다. 백여 개가 넘는 예상 질문을 뽑고, 답하면서 말하고 또 말했다. 2학기 때는 선생님들께 자소서를 들이밀며,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했다. 그렇게 혼자 준비해서 자소서를 썼고, 면접을 봤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와 경기도에 있는 대학교에 붙자, 고민이 됐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인서울’이긴 하지만, 배우고 싶은 교과목이 적었고. 경기도에 있는 대학교는 ‘인서울’이 아니긴 했지만, 재밌어 보이는 교과목이 너무나도 많았다. 찰나의 고민을 했지만, 난 경기도에 있는 대학교에 갔다. 그러자, 구닥다리가 말했다.
‘아니 인서울을 해야지. 무슨 경기도에 있는 대학을 가. 정신 빠져가지고, 네가 미쳤구나. 쯧’
이놈의 닥다리 새끼가…? 내 인생을 지가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구닥다리들은 상대방을 향한 비난을 몸소 습관화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면, 반응이 달라졌을까? 아니다. 분명 ‘서울에 있는 대학교 간신히 간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살아’라며 되지도 않는 조언을 해줬겠지. 이 똥 구린내 나는 비난을 어떻게 대처하면서 살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똥 구린내를 피하자.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가? 더러워서 피하지. 비난을 일삼는 사람을 구태여 곁에 둘 필요가 없다.
둘째, 똥 구린내에 노련해지자.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그들과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럴 때는 비난이 그저 그 사람의 생각일 뿐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사람에게 비난받았다고 해서,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난은 그저 지독하게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셋째, 똥 구린내의 원인을 찾지 말자. 똥 냄새가 왜 지독한지 그 원인을 찾게 되면. 이거 참 곤란하다.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원인까지 찾는다니! 똥 냄새에는 이유가 없다. 똥이니까 냄새가 나는 거다. 그러니, 애를 쓰며 똥 구린내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