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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ana Feb 16. 2022

발전하는 너에게

 오늘은 첫째의 학교 종업식 날이었다. 2월이 지나면 곧 3학년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에게 "이제 정말 2학년 끝이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3학년 되는 거야?" 하고 말했더니 뭘 그렇게 놀라냐는 듯 "태어난 지 벌써 10년이나 됐는데?"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때 한글도 완벽히 떼지 못하고 들어간 데다 집중력은 여기저기 두고 다니는 아이여서 항상 노파심에 안절부절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라고 있었다.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상륙하여 퍼진 초창기, 유치원 졸업식이며 초등학교 입학식이며 어영부영 넘어갔던 그때 1학년이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첫 시작인 3월 2일부터 아이를 학교 돌봄 교실로 보냈다. 입학식도 여러 차례 연기되고 정상 등교를 하지 않으니 그 경쟁 심하다는 돌봄 교실도 참 수월하게 들어갔다. 그때 돌봄 교실에 나오는 아이들은 딱 4명이었다. 그중에 한 명이 우리 첫째였다. 낯선 초등학교와 낯선 교실, 낯선 선생님이 계심에도 참 잘 적응해주었다. 정상 수업도 하지 않고, 몇 명 나오지도 않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책가방을 매고 씩씩하게 등교를 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얘기도 한 번을 안 했고, 오히려 학교가 재밌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 와중에 굳이 학교는 보내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은 언제까지 아이를 끼고 있을 수도 없고, 언젠가는 적응해야 할 학교를 돌봄 교실이나마 나가면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과 아이 나름의 사회생활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었다.


 내가 볼 때는 특히 작년 1년 동안 아이가 많이 자란 듯 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독서였다. 조금 느린 아이여서 언제 책 한 권 제대로 들고 읽으려나 싶었는데 한글을 떼고 나니 어느 틈엔가 쉬는 틈틈이 아이는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샤워하고 나오면 머리 말려주는 사이에, 저녁밥 차리는 짬에, 외출하러 나가기 전 잠깐의 시간에 스스로 책을 읽었다. 담임 선생님이나 돌봄 선생님과 상담할 때나 집으로 오시는 학습지 선생님들께서도 00은 책을 참 좋아하고 독서 습관이 잘 들어있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또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배경지식도 풍부하고, 이해도 잘한다고 하셨다. 한 분에게서만 들었으면 설마 했을 텐데 꽤 많은 선생님들께서 같은 피드백을 주셨다. 수학 연산 풀 때는 반쪽 푸는데 한 시간 넘길 때도 부지기수인데 책에는 꽤나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국어 과목에 가장 흥미를 보였고,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을 책에서 본 것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능력도 생기는 것 같았다. 그 덕분인지 학교 수업을 즐거워하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했다. 아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나름대로 조리 있게 설명을 했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있으면 얘기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게 보였고, 학교 학급문고나 도서관에서 본 재미있는 책이나 잡지가 있으면 사달라거나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다 달라고 졸랐다.


 오늘 종업식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일찍 하교시키지 못했다. 마지막 날이어서 그랬는지 친구들도 정규수업 끝나고는 바로 집에 가거나 돌봄 교실에서도 늦게까지 남아있지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 확산이 거세져서 방과 후 수업도 조기 종강한다는 공지를 받았고, 돌봄 교실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2시까지 밖에 운영을 안 한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직장 일은 남아있고, 일찍 데려갈 상황은 못 되었는데 돌봄 교실 선생님께서 00은 책을 잘 읽으니 도서관에서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겠냐고 물어오셨다. 나는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부랴부랴 아이 데리러 학교에 가니 도서관에 사서 선생님과 혼자 남아있었다고 했다.


 "혹시 다른 친구들 일찍 가면 혼자라도 집에 가 있는 게 나아? 아니면 혼자라도 학교 도서관에 있는 게 나아?" 하고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학교 도서관이 낫다고 한다. 도서관에 있으면 본인이 읽고 싶은 책 읽으면서 있을 수 있다고 더 좋단다. 아이는 혼자 남아있었다는 사실보다는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지 못한 게 더 아쉬운 것 같았다.


 학교에서 생활 통지표와 상장 하나를 받아왔다. 초등학교 생활 통지표가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담임선생님께서 종합의견에 적어주신 내용도  해석해서 읽어야 한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어서  의미는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안에 그동안 아이가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이 고스란히 적혀있는 것에 괜히 고슴도치 엄마의 마음처럼 기특했다. 혼자서도  해내고 있는 모습에 대견스러웠고, 어설프고 부족한  아이를 선입견 없이 따스한 눈으로 바라봐주신 선생님께 감사했다. 상장도 '발전하는 어린이 ' 주셨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는 우리 집 꼬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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