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 프레드릭 Mar 08. 2023

세라핀(Seraphine)

재능을 넘어선 광기

예술가로서의 재능은 축복일까요? 독일까요?

 허드렛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세라핀. 그녀에게 그림 그리는 것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예술에 대한 영감과 그림에 대한 열망만이 그녀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끓어오르는 창작욕으로 그녀는 다른 것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면 모두 물감과 그림 도구를 사는데 쓰고, 흙, 돼지 피, 자연의 어떤 것으로든 색을 만듭니다. 한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아요. 저런 열정이 있다는 건 한편으로 부럽네요. 밤잠 설쳐가며 무언가에 빠졌던 게 언제인지 까마득해요.


 세상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그녀에게 자연은 자신을 치유해 주는 공간이자 영감의 원천입니다. 


저는요... 슬플 때 시골길을 걸어요... 그리고 나무를 만지죠... 새와 꽃, 그리고 벌레에게 말을 해요... 그러면 슬픔이 가셔요.

 세라핀이 숲 속에 서있는 장면에서 그녀는 마치 숲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는 순수한 사람입니다. 순수한 영혼들은 대게 자연과 가까운 것으로 묘사되는 게 신기하네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경계선에서 주인공 티나가 세상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이상한 존재이지만 숲 속에서는 너무 편안하고 자유로웠던 것처럼요. 


 그녀는 독실한 종교인으로, 신의 계시를 받아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녀에게 주어진 소명입니다. 그런 그녀의 재능을 독일의 미술평론가이자 화상인 우데가 알아봅니다. 전쟁으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마침내 그는 세라핀을 지원하며 그녀에게 마음껏 그림 그릴 자유를 줍니다.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억압되었던 그녀의 재능이자 광기는 봉인해제 되었습니다. 


 거액을 들여 집을 사는가 하면, 값 비싼 원단으로 만든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은 촛대를 집집마다 나누어주며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그녀의 행동은 다 신의 계시를 기반으로 한 것이죠. 네 그녀는 미쳤습니다. 광기가 세라핀을 잠식했습니다. 그녀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약 100년 전에 이런 기이한 행보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그녀의 작품은 화려했고 그 자체로 살아 꿈틀거리는 하나의 생명체 같습니다. 그녀의 재능은 분명 하늘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그 선물이 과했죠.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고 손발이 묶인 채 고통스럽게 침대 위에서 울부짖는 것. 재능의 끝에 찾아온 일입니다. 그녀에게 예술적 재능은 선물이었을까요?


 그녀의 작품은 그녀가 죽은 후에 빛을 발하게 됩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왜 그들이 죽고 나서야 비싸게 팔리는 걸까요. 참 아이러니 합니다. 지금은 세 살짜리 애도 알 것 같은 빈센트 반 고흐 조차도 생전에는 그림을 거의 팔지 못했습니다. 그의 그림이 빛을 발한 것도 그가 죽고 나서지요. 정작 내가 죽고 없는 세상에서 주목받는 그림이라면... 그게 나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예술가들은 종종 자신의 재능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죽게 되는 것 같아요. 감정이 극과 극을 향해 뻣어나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폭력적이 되거나, 약물에 중독되거나...

 

 저는 종종 쉽게 감상적여지는데요. 이런 제 성향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저를 피곤하게 할 때도 많아요. 그냥 단순했으면 해요. 생각은 두 단계를 넘어가지 않았으면 하고 감정도 너무 요동치지 않고 평온했으면 합니다. 제 몇 곱절의 감정기복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건 끔찍할 것 같아요. 예술가들은 그런 분들이 많겠죠? 저는 그런 감정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마음이 울렁울렁해지는 정도가 저 같은 범인에게는 맞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인류에게 준 기쁨은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찾고 즐기니깐요. 정작 그들의 삶은 어땠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들의 비극적인 삶때문에 그들의 작품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술작품은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로 완성되니깐요.  


매거진의 이전글 [번외 편]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