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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Feb 10. 2024

길 위에 김대중

희망하고 믿는 대로 살아간다는 것

한국 새해 첫날,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을 보고 왔어요.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 연예인들이 성대모사를 많이 했던 대통령. 이 정도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알고 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던 영화예요.


만 30년을 경상도에 산 사람으로 인간 '김대중'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얘기보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더 많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김대중이라는 사람은... 정치인을 떠나서 인간 그 자체로도 위대하고 끈질기게 삶을 살아오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기도 하고, 납치, 고문, 감금 등에도 끝까지 신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신념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 나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계속하게 만든 영화였어요.


정치가 고리 타분하고 그저 그런 것이 된 세상에서는 김대중이라는 존재가 너무 이질적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 삶을 어떤 것을 이루었는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하지만 어떻게 살았는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꽤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기억나는 대로 적은 것이라 틀리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이 글은 김대중이 전두환 정권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하던 중 부인인 이희호 여사에게 쓴 편지 중 일부입니다. 모든 것이 결과로만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대통령이 된 것을 빼면 그의 삶은 어쩌면 실패작일지도 모릅니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삶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는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평생을 바쳤습니다.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 보인 그의 삶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내 삶이 바빠서, 알면 골치 아파서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정치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정치뿐만 아니라 하나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지만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도요.


정치를 하면서 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원망하는 마음을 거두고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마음을 가지라고 하는 그의 말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김대중에 대한 다큐멘터리이자 한국 근현대사를 정말 잘 정리한 역사, 정치 교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적 어렴풋하게 이름으로 알고 있던 인물들의 과거 행적들을 알 수 있기도 하고요.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일은 너무 마음이 아픈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4년, 믿음과 희망이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제 인스타그램(@yellow_mellow_page)에 작성한 글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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