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예민하다 예민해

2025. 12. 30.

by 미스 프레드릭

기분이 좋지 않다.

뭐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지도 모르겠지만 여러 이유로 그냥 기분이 가라앉아있었다.

좀 더 어렸을 때는 기분이 나쁜 이유가 있어야 기분이 나빴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지도 모르게 기분이 별로인 날들이 많아진다.

점점 더 따지는 게 많아지고 예민해져서 인 것 같다.


점심 식사 후... 다행히 쨍한 겨울날이라 산책만 해도 기분이 좀 좋아졌다.

그냥 산책만 하고 사무실로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좀 더 나를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던 에스프레소 바에 갔다.

버스터미널 근처 지하에 있는 카페인데 우연히 발견하고는 너무 좋아 매주 금요일마다 오고 있다.

매일 마시기에는 이것도 사치 같아 일주일에 한 번만 오기로 했다.


카페에는 바 자리가 있어 나는 웬만하면 바자리에 앉기를 선호한다.

바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바리스타들이 분주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숙련된 몸짓을 보는 것이 나는 꽤 즐겁다.

오늘도 다행히 바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어서 여느 때처럼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렸다.

근데... 내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문제였다.

뒤에서 봤을 때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음악을 듣고 있는 줄 알았다.

아... 나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계시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통화를 하고 있었다.

큰 소리로 통화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로 옆에서 하는 통화소리가 꽤나 귀에 거슬렸다.


아... 안돼. 나는 여기 기분 전환하러 왔단 말이야...


오픈형 카페여서 평소에도 시끌벅쩍한 느낌이 좀 있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가 섞여 백색소음처럼 들리는 것과 옆에서 누가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하는지 까지 억지로 알게 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여백이 많은 클래식 음악이어서 그 사이로 옆 사람의 말소리가 전해졌다.

고민했다.


옮길까... 그냥 있어볼까... 그래봤자 에스프레소 한잔인데 그냥 빨리 마시고 일어날까...


고민은 20초. 결정은 1초 만에 내리고 황급히 자리를 떠서 다른 자리에 앉았다.

휴... 이제 괜찮다. 바자리가 아니라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다면 조용한 쪽을 택하는 게 내 마음의 평화에 더 도움 되는 일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하... 참 예민하다 예민해. 나는 왜 그게 왜 신경 쓰이고 그걸 왜 못 참을까.

예민하면 삶이 피곤해지는데...(이미 내 삶은 많이 피곤해졌다.)

세심한 것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내가 참 우습고 쪼잔해 보였다.

그래도 어쩌나. 나에게는 오늘 위로가 필요했고, 나에게 위로를 주는 공간과 시간은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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