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Aug 02. 2023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가끔은 아무것도 없는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별한 어느 시점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나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하는 미련한 후회가 아니다.

  아니,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고민하는 것도 덧없게 느껴진다.   

  지금의 내 모습이 수많은 선택과 행동의 결과라면 그 수많은 선택을 되짚어 가며 실수들을 바로잡을 자신이 없다.

  물론 지난 나의 지난 과거 중에는 송두리째 잊고 싶은 기억도 있고 너무나 소중하게 기억되는 추억도 있을 테다.

  어느 순간은 너무나 아팠을 테고, 어느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을 텐데 그런 감정들이 어느새 흩어져 버렸다.   




  어느 순간 많은 것에 무뎌졌다. 사춘기 소녀처럼 까르르 웃을 일이 없고  감정의 소용돌이도 일지 않는다.

  며칠 전, 중학교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과 그간의 대화를 하며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희미하게 기억해 낸다.

 장례식장에 앉아 몇 해 전 떠난 보낸 서로의 가족들을 기억하며 눈물을 닦는다. 섣불리 특별한 말로 위로하지 않아도 이 아픔을 이해할 수 있기에 우리는 말이 없다.

  수많은 시간들을 함께 하고, 수많은 고민들을 함께 나눴는데 이제는 함께 나눌 공통사가 별로 없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여전하다고 생각했던 그녀들과 만나지 못한 시간과 공간 사이에 어린 날의 꿈이 부유하며 떠다닌다.

  우리는 이제 좋은 일로 만나는 것보다 위로하기 위해 만날 일이 더 많이 남은 것 같다.




  시간에 순응하며, 상황에 순응하며 우린 이렇게 살아가고 언제 누구에게 위로할 일이 닥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수많은 선택이 만들어낸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자는 희미한 기약을 하며 헤어진다. 

  가슴에 묻어온 많은 이야기를 뒤로 한 채 멀어지고 우리는 그렇게 삶을 버터 낸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얼마나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 것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