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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Nov 08. 2023

그때 그 떡집

나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시기를 보내고 있나


  쉬는 날이면 집 근처 시장에 간다. 평일 낮, 시장으로 가는 어귀만 들어서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실 평상시에는 상품의 가격이 알기 쉽게 표기되어 있는 마트를 즐겨 이용한다. 가게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보는 시간, 아니 그 짧은 대화마저도 철저히 차단하고 싶은 내면의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쉬는 날이라 마음이 여유가 있어서일까? 용기를 내어 시장을 들어서 북적이는 사람들을 헤치고 걸으며 길가에 내놓은 물건들과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시장에 갈 때마다 들리는 떡집이 있다. 신혼시절, 남편과 둘이 시장 골목에 작은 횟집을 했었는데 그때부터 즐겨 찾던 떡집이다.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었지, 책상에 앉아만 있던 신혼부부가 다들 힘들다고 걱정하던 음식점을 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떡집 사장님은 여전히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그 인심 그대로 장사를 하신다. 

  떡이 나온 지 얼마 안 됐는지 포장된 떡들이 없어서 주춤하며 서 있었더니 그 자리에서 주문을 받으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래떡과 인절미를 부탁드렸다. 기다리는 동안 방금 나온 절편을 먹어보라고 하신다.

  “먹여야 일이 돼. 무슨 말인지 알아?”

  우리도 신선한 횟감을 가져와 저렴하게 많이 퍼줬었는데...

  최근에 염색하신 건지 한층 젊어지셨다고 얇은 채를 해본다. 쑥스러운 듯 기분 좋게 이야기를 이어가신다. 

“사랑을 하려면 용모를 단정하게 꾸며야지 늙었다고 축 처져 있으면 안 돼. 난 손님을 사랑하니까.”

  떡을 자르고 콩고물을 묻히면서 아이들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결혼하고 쭉 이 일을 했어. 그래서 아이들과의 추억이 없어. 난 그 점에서 항상 죄인이야. 돈만 벌면 뭐 해. 나이 들어 추억이 없는데. 아들 내외가 먹고살기 힘들다고 맞벌이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들만 일하라고 했어. “

  가위로 듬성듬성 인절미를 자르고 스티로폼 접시에 듬뿍 담으시면서 하신 마지막 말씀이 귓가에 남는다.

  “아이들하고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해. 부모를 팔아 친구를 살 때는 이미 늦었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재?”




  그랬지. 남편도 나도 부모님이 바빴고 그로 인한 외로움이 컸기에 임신과 함께 횟집을 접었었지.

  경력단절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올해부터 일과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제법 커서 스스로 잘할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서 엄마의 빈자리가 보인다. 

  그동안 아이들과 만든 추억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너무 오래전이다.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시기를 보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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