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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02. 2024

며느라기 시절은 지났지만

  


  시어머님은 매년 100포기 이상의 배추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 사다가 김장을 하신다.

  언젠가는 양평에 있는 작은 땅에 배추씨를 심어 1년 동안 기르고 배추를 수확해서 김장을 한 적도 있었다.

  자식들은 어머님의 자존심과도 같은 김장 포기수를 줄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절임배추라도 사서 김장을 하기를 권했다.  

  몇 해 전, 해남 절임배추라고 구입했지만 어머님의 성에는 차지 않으셨고 결국 절임배추를 다시 헹궈서 그 해 김장을 했다.  



1년 김장을 위해 시어머님은 몇 주 전부터 재료를 준비하신다. 

  방앗간에서 직접 빻아온 고춧가루와 껍질을 까서 다져놓은 마늘, 고향에서 공수해 온 새우 젓갈 등 갖가지 재료 준비가 얼추 끝나면 날씨를 봐서 김장 날짜를 정한다.  

  가락농수산물시장에서 100포기나 되는 배추를 자가용에 실어 오신다. 배추부터 직접 사다가 하는 김장은 정말 몇 날 며칠이 걸린다. 

 



  2022년 11월의 어느 날, 그날은 그 해 김장을 위해 시댁 마당에서 배추를 씻고 소금에 절이고 돌아온 날이었다. 

  결혼 후 매년 으레 해왔던 김장이었지만 그날은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좋은 일이 생기면 당연하듯이 생각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쉽게 낙담하곤 한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부터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길고 긴 며느라기 시절이 지속되면서 점점 더 심해졌던 것 같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나의 매일절감챌린지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25명의 챌린저 멤버들과 함께 하며 작년 12월, 13개월 동안 대장정을 마치고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낙담되고 한없이 지치는 날에도 감사 제목을 찾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혼자였으면 한 달을 채우기도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내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간 어느 날, 그들이 써 내려간 감사 제목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던 여러 날들을 기억한다.   




  2024년에도 꾸준히 매일 절약 가계부와 감사일기를 기록할 생각이고 또 다른 루틴을 설정하려고 한다.

  아직도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짧게나마 나만의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작년 한 해, 매일절감챌린지를 하며 감사하는 습관을 만든 것처럼 올 한 해는 글을 읽고 쓰는 삶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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