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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05. 2024

어쩌다 보니 엄마가 되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큰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아이는 병원에 갈 만큼 아프지 않다며 귀찮아했지만 엄마인 내가 볼 때 그냥 감기 같지는 않았다.

  휴일에 진료를 하는 병원에 데려간 남편에게서 대기가 90명이라 그냥 되돌아와야겠다는 연락이 온다.

  그날 밤부터 고열이 시작된 큰아이를 깨워 다음날 동네 병원에 갔더니 A형 독감이 걸린 지 얼마 안 돼 독감은 아닐 것 같다고 감기약을 처방해 준다.

  그날 밤도 고열에 시달리는 큰아이를 보며 적잖이 당황스럽다.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B형 독감이라고 한다.


  사실 몇 주 전에 발등이 아프다며 다음날 정형외과를 갔다 등교하겠다고 고집부리는 큰아이에게 하룻밤 자고 상태를 보자고 설득했었다.

  특별히 부딪치거나 다칠만한 일은 없었는데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갔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아이의 상태가 내 눈엔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출근한 나에게 오전이 지나고 나니 괜찮아졌다는 큰아이의 전화 목소리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올해 중학생이 되며 어느새 성인 남자 키만큼 성장한 아이는 평상시에는 스스로 다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만만해 하지만 이렇게 아플 때면 한없이 약한 모습으로 엄마에게 기대 온다.

  사춘기가 되어 거리를 두던 큰아이에게 내심 괘씸해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가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너의 어리광을 받아 줄 수밖에...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같은 환경에서 자란 내 아이들도 성격과 성향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웬만해서는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 둘째 아이와 가끔은 엄살도 부리는 큰 아이를 다루는 스킬도 늘었다.

  하늘 아래에서 너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네가 아닌 엄마일지도 몰라.

  사춘기를 지나가면서 서서히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겠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아이들도 아니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서운하지 않을 만큼만 조금씩 천천히 홀로서기를 해주렴.

  어쩌다 보니 엄마가 된 나도 이제 다시 홀로 서려니 어렵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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