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공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선생님은 학생 때 무슨 동아리 하셨어요?” 어느 날 한 아이가 저에게 물어봤어요. 아마 학생 동아리 활동을 정하던 날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예전에 무슨 동아리를 했었나. 수석부에서 돌을 주우러 다녔고, 팝송부에서 올드팝을 불렀으며, 기악부에서 악기를 연주했구나. 가만 생각해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와요. 아마 동아리라는 말 자체에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딱딱한 수업과는 달리 동아리는 자율적이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매년 학생 동아리를 개설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의 취향이 매우 빠르게 변하는 것을 느껴요. 올해는 디자인, 레고, 수학박사, 아이클레이, 독서토론 등 5개 이상의 학생 동아리를 개설했답니다. 학교에는 다양한 교사 동아리도 있어요. 올해 저희 학교에는 독서 토론, 필라테스, 합창, 요가 동아리가 생겼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사 간 화합의 시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해요. 동아리는 일주일에 한 번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원한다면 여러 동아리에 참여할 수도 있어요. 관심이 없으면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만큼 자율적인 성격이 강한 동아리예요.
그런데 이 동아리 외에 일주일에 한 번 씩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동아리가 있어요. 전문적 학습 공동체, 줄여서 전학공이라고 부르는 동아리예요. 전학공은 동학년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도 있고, 작은 학교의 경우에는 전체 선생님이 모여서 하기도 한답니다. 일주일에 하루, 방과 후에 모여서 2-3시간 동안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공부를 해요. 교사는 이 동아리는 필수 가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율 동아리랑 달라요. 더군다나 전학공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공식적인 연수 시간으로 인정되어 연말에 개인 연수 시간 합계에 포함할 수 있답니다. 일주일에 2시간이 모여서 한 학기에 40시간이 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시간이죠. 이 귀한 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전학공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양해요. 교사들이 원하는 내용이면 뭐든 좋아요. 만약 혁신학교가 궁금해서 강사를 초빙하고 싶다고 하면, 실제 혁신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또는 동료 교사의 수업을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협의해요. 수업을 녹화한 후 보면서 토론할 것인지, 관련 서적을 보면서 수업을 돌아볼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때로는 교사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상담교사를 불러 집단 상담을 해보기도 해요. 평소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거나 갈등이 있었던 사안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요. 신기한 것은 한 번의 상담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문제를 받아들여야 해결이 가능한지 실마리를 풀었다는 거예요.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오롯이 상대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하거든요. 이처럼 전학공에서 공부하는 내용은 여러모로 교사에게 도움이 된답니다.
그렇다면 전학공에서 함께 책을 읽는 건 어떨까요. 반드시 교육에 관련된 책이 아니어도 돼요. 교양서적이든 전공서적이든 교사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책은 뭐든 가능해요. 제가 전학공 시간에 읽었던 책 중에 ‘트라이앵글의 심리’라는 책이 있었어요. 내용은 학교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였어요. 당시 저희 반에는 친구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아이 하나가 있었어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전학공 시간에 이 문제를 같이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동학년 선생님들과 대화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부분이라 서로 심각성을 알고 있었고, 아이가 왜 그럴까 하면서 같이 고민했었거든요. 다른 선생님들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관련 서적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한 아이의 문제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를 둘러싼 교실 환경과 옆에서 지켜보는 여러 명의 방관자와 피해자까지 서로 얽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반에만 유독 그런 학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반에 그런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 위로가 되었어요. 유독 다른 아이들과 갈등을 빚고, 교사가 뭐라고 하면 왜 나한테만 그러세요.라고 말하는 아이 말이에요.
일주일 동안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어오고 모여서는 책과 관련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교실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모임이 진행되었어요. 일단 책을 읽고 와야 객관적으로 나의 교실 상황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생님들마다 맡은 업무가 달라 책을 읽고 온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을까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바쁜 일정에도 빠듯하게 읽어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역시 강제성을 띄는 독서도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답니다. 과제로서 조금의 부담감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유일한 독서 시간을 확보하는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책을 읽고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평소 방과 후 모여서 떠는 수다 시간과는 차원이 달라요.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대던 교실 문제를 말하고 나니 왠지 속이 후련해요. 함께라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저희는 한 달에 한 권 도서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답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교사의 역량을 키우라고 주는 전학공 시간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유익할 수도 있고,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어요. 어쩌면 다과를 먹으면서 가볍게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때우게 될 수도 있고요. 일주일에 두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교사마다 생각이 다를 거예요. 다만 이왕 책을 읽기로 했다면 전학공 시간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때로는 텅 빈 교실에 남아 혼자 고민하는 것은 외롭지만 연구실에서 같이 고민하면 할만하거든요. 책도 읽고 고민도 해결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