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뛰고 옵시다.
이러다 불판도 챙기는 거 아냐?
우리는 다들 흥분해 있었다. 대회 전날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대회날 가져갈 준비물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경기시간을 확인했다. 각자 간식을 챙기고 나눠 먹을 음식을 공유했다. 이온음료, 빵, 호두과자, 초콜릿, 단백질 음료 등을 서로 가져오겠다고 아우성이다. 누군가 이 사태를 본다면 우리가 어디 놀러 가는 줄 알 정도로 우리는 즐거웠고, 먹을 것에 집착했다. 많은 양의 간식은 아마도 결승까지 무난히 가리라는 우리의 조심스러운 판단과 첫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가 아니었을까.
대회 준비과정을 알고 계신 감독님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트로피 사진을 올리고 우리가 가져오자면서 힘을 실어 주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당연히 결승에 진출하고, 트로피는 우리 거라고 믿었다. 무작정의 단순한 믿음이라기보다는 우리와 함께 싸우는 팀들이 모두 1년 미만 신생팀들이지만, 우리 팀에는 풋살 10년 차 주장 언니와 7년 차인 부주장 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디 나의 예상이 들어맞기를 바라면서 하루가 지났다.
풋살 대회날이 밝았다. 첫 경기가 8시에 시작하고, 몸 풀려면 7시까지는 풋살구장에 도착해야 했다. 아침 6시에 집에서 나가야 해서 5시 30분 알람을 맞췄는데, 새벽 5시 20분에 주장 언니에게 모닝콜 전화가 와서 잘 일어났다 말했다. 오늘 하루가 매우 길 것임을 예견했다. 조용히 전날 준비해둔 옷을 입고, 묵묵히 차 시동을 걸었다. 제일 중요한 신분증과 풋살화를 잘 챙겼나 확인하고, 근처에 다른 언니를 데리러 가니 아직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풋살 대회가 열리는 탄천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어둠을 뚫고 달리다 보니 한강 다리를 건너게 되었고, 어느새 올림픽대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여전히 주변은 어둑어둑하고 목적지까지 10분 정도 남았다. 어느새 주차장 도착. 많은 차들이 벌써 주차되어 있어고 나도 서둘러 내렸다. 멀리 천막에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아직 7시가 되지 않았다.
차 트렁크에 갖고 다니던 돗자리가 유용하게 쓰였다. 돗자리 2개를 펼치니 선수들의 짐을 올려놓고 우리가 앉을자리가 넉넉하게 나온다. 선발 수비 명단에 내 이름을 확인했다. 수비수로 첫 대회 출전이다. 전후반 없이 15분 경기라 금방 끝날 거라고 했다. 이때만 해도 한 골 차 승부가 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
7시가 넘자 몸을 풀려고 공을 가지고 들어갔고, 평소에 하던 패스 연습과, 숨이 트일 수 있도록 달리기를 하고, 주변 상황도 살폈다. 팀마다 유니폼 색깔이 다양하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였고, 긴장도 되었다. 다른 팀들은 평균 나이가 20-30대라고 굉장히 젊다고 했다. 우리는 3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연령대가 포진되어 있다. 쟤네들은 젊으니까 체력이 좋겠네 하고 조금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래도 구력은 우리가 한 수 위야. 언니들의 대화를 들으며 애써 긴장을 풀고자 마음먹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본다. 나중에는 정신없어서 사진을 못 찍을 걸 알기에 미리 포토월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부디 마지막까지 이렇게 웃을 수 있기를. 이제 곧 8시다.
첫 경기는 중요하다. 신나게 뛰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