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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Dec 19. 2022

경기 중입니다.

우리는 이겼고, 비겼고, 졌다.

우리도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죠

대회가 끝난 뒤 누군가 팀 이름을 바꾸자 했다. 아마도 다른 팀명이었다면 더 잘했을 거라 생각했던 걸까. 이미 끝난 경기지만 아쉬움이 너무 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을 담아 팀명 교체를 하자했다.  갈 곳 없는 마음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우리만의 축구 스타일을 담은 이름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 계기는 첫 번째 맞닥뜨린 상대팀의 이름이었다.     


재미있는 팀명이었다. 첫 경기라 굉장히 떨렸는데, 팀명만 보면 왠지 슬쩍 웃음이 나와서 긴장했던 마음이 누그러지는 기분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고, 나만 이런 게 아니고 팀 분위기도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이때는 팀 전반적으로 텐션을 올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취골을 득점하게 전체적으로 긴장을 늦추는 것인데, 골이 그렇게 쉽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10분 정도 정신없이 뛰었을 때, 나는 교체가 되어 경기장 밖에서 쉬게 되었다. 조금 더 뛰고 싶었는데 막상 교체가 되니 아쉬움이 컸다. 그때까지만 해도 득점이 없었다. 교체 들어간 공격과 수비 두 명 위치 선정이 좋았고, 조금 뒤 주장 언니의 골이 이어졌다. 그러고 나서 곧 경기가 종료되었다. 1대 0으로 첫 경기를 승리했다. 승리의 기분은 정말 짜릿했다. 15분 경기다 보니 얼결에 끝나버렸다.    

 

다들 수고했다고 독려하는 분위기였고, 10분 정도 쉬는 시간에는 다음 팀에 대한 정보와 간단히 물을 마셨다. 두 번째 팀은 조금 더 실력이 있는 팀이었고, 선발로는 첫 경기에 교체된 사람들이 계속 뛰기로 하였다. 일단 나는 벤치에서 응원을 하기로 했다. 밖에서 보니 확실히 동료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고, 어느샌가 1점을 먼저 내주게 되었다. 1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수비수로 교체되어 들어갔다. 부디 내 역할을 다하기를. 감독님의 천금 같은 용병술로 공격수로 투입된 언니는 들어가자마자 코너킥의 공을 바로 골로 연결시켜 1대 1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정말 너무 기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시간이 아직 남았기에 얼른 수비 진영으로 돌아왔고, 잠시 뒤 동점으로 경기가 끝났다. 1승 1 무다. 마지막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준결승에 올라갈 수도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마지막 경기를 깔끔하게 승리하기로 하였다. 마지막 경기 상대팀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투 블록 머리가 팀 칼라인지 대부분의 선수의 머리가 짦았고, 얼핏 보면 중학교 남학생들처럼 보일 정도로 얼굴이 앳됐다. 기세에 눌리면 안 돼. 마지막 경기는 내가 골키퍼로 선발되었다. 두 경기 동안 동기가 골키퍼를 잘해서 마지막까지 맡기고 싶었지만 다양한 역할을 하게 해주는 것이 좋을 거라고 판단하여 감독님은 골키퍼를 하던 동료에게 수비를 보라고 말씀하셨다. 승리보단 선수의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을 우선시하려는 감독님이 의도였다. 막상 장갑을 끼자 조금 두려워졌다. 공 잘 잡자. 파이팅 외치자. 이번 경기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두 번은 없다.


나는 수시로 교체되어서 체력이 조금 비축되어 있었는데, 주장 언니와 부주장 언니가 교체 없이 계속 뛰다 보니 체력이 달리는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 감독님도 그 사실을 알고 계시지만, 지면 안 되는 경기다 보니 다른 대안이 없었다. 10분이 지나도록 양 팀 모두 골이 나오지 않았고, 점점 마지막 순간을 향해갔다.      

상대편의 코너킥 상황. 나는 순간 두려워졌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공을 잡을 준비를 했다. 공이 나를 향해 왔고, 분명 손으로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없다... 공이 어디로 간 걸까. 눈앞에 보이지 않고, 설마 하니 뒤돌았을 때, 골대 안에 공이 있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한 골을 먹혀버렸다. 곧이어 휘슬이 울리고 우리는 1대 0으로 패배했다.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와 다들 말이 없었다. 작은 희망이라도 놓지 않고 감독님은 본부석으로 가셨고, 우리들은 서로 위로했다. 내가 조금만 더 뛰었더라면, 그때 내가 공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았더라면.. 아쉬움이 너무 컸다. 분명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 우리가 우세했는데, 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돌아보면 매 경기 모두 한 점 차 승부였다. 왜 그렇게 슈팅 기회를 아꼈는지, 예상했던 것만큼 골이 나오지 않았고, 우리는 매 경기 마지막까지 초조했다. 승자승 원칙으로 4팀 중 두 팀만 준결승전에 올라가게 되었고, 우리는 1승 1 무 1패로 3위로 결정되었다. 우리가 처음에 이겼던 팀이 골득실로 3점이 되어 준결승에 올라갔고, 마지막에 패한 팀이 준결승에 올라갔다는 뼈아픈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열량을 보충할 바나나가 우두커니 놓여 있었다. 빵은 뜯지도 않았는데. 음료수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대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조금, 아니 많이 슬펐다. 이러려고 새벽부터 나온 게 아닌데, 이제 겨우 9시 30분이었다. 오늘 하루가 굉장히 길겠구나 하는 마음에 더 착잡했다.      


하지만 승부에서 패한 우리는 이제 돌아가야 했다. 짐을 챙기고 차에 실었다. 경기가 끝나 마음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더욱더 무거워졌다. 아쉬움의 무게는 실로 놀라웠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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