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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Dec 19. 2022

대회가 끝난 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졌다고 해서 덜 싸운 것은 아닐 테니.

11시쯤 지나 우리는 회식을 했다. 오전 11시에 뒤풀이라니 참. 졌어도 밥은 먹어야 한다. 그 전날 어디 갈까 신나게 논의했던 고깃집에서 모였다. 순대국밥이나 먹자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더 맛있는 거 먹고 힘내야지 생각했다. 졌다고 해서 우리가 덜 싸운 것은 아니니까.      


말없이 고기를 굽고, 따끈한 누룽지를 먹고, 맥주로 마시고, 서로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진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주장 언니는 말이 없고, 눈동자가 붉었다.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맨날 밤에만 보다가 낮에 만나니
시간도 여유롭고,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오늘 경기를 끝내고 난 후
나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승리와 다양한 경험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나 고민하셨다고 한다. 감독님의 솔직한 마음을 듣는 우리들은 마음이 복잡했다. 시작은 취미로 했지만 대회 참가를 계기로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기왕 하는 거 즐겁게 뛰고 이기기를 원했다. 그러면 더 기분이 좋으니까.      


영화배우가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는 것이 일생에 한번뿐이고 흔치 않은 기적이듯, 창단 1년 된 신생팀으로 우승을 경험하고 싶었다. 이제 신인상의 기회는 날아갔다. 신생팀을 위한 경기는 아마 참가할 수 없을 것이다. 


대회 참가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1승 1 무 1패의 결과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뭔가 조금 달라진 것을 느꼈다. 아쉬웠던 마음, 조급했던 마음을 기억하고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남았다. 남은 잔을 털 듯이 그렇게 첫 대회를 보냈다.     


이제 다시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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