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을 계속하고 싶었습니다만
이럴 줄은 몰랐다. 이렇게 풋살 클럽이 끝날 줄이야. 풋살을 시작한 지 10개월이 된 지금, 여성 풋살 클럽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종료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풋살 구장을 운영하는 원장과 축구 감독의 불화가 원인이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언제부터인가 감독 수업 시간에 원장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같이 뛰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잘 지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틈이 벌어졌던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기에 나는 풋살에만 너무 몰입해 있었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몇 달이 흘렀고, 결국 감독님이 클럽을 그만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던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느냐, 아니면 원장이 직접 운영하느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오갔고, 결국 원장이 직접 운영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풋살은 계속하고 싶었고 드리블, 슈팅 등 기본기를 충실히 배우고 싶었다. 기왕 시작한 것 개인기를 연습해서 실전에서 잘 뛰고 싶었다. 원장님은 축구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 어느 순간 한계가 올 것이다. 감독님이 좋았던 것은 개인별로 자세히 봐주시고, 설명을 정말 친절하게 잘해주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선택해야 했다. 원장은 그만두고 싶다면 부담 없이 말해달라고 했고, 우리가 그만두더라도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영입하여 클럽은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클럽에 남아 원장에게 배우느냐, 아니면 축구 전공 지도자가 가르치는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날 것인가. 나는 풋살을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같이 뛰었던 언니, 동생들과 헤어지는 것이 더 아쉬웠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처음 알았는데,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이런 내 맘을 알았는지 기회가 생겼다. 훈련이 끝나고 우리들끼리 카페에 모여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장 언니와 부주장 언니가 그날 새로운 제안을 하였다. 만약 클럽을 그만두게 되면, 자신들이 뛰고 있는 진짜 '축구'팀에 와서 같이 뛰는 게 어떻겠냐고. 개인 레슨보다는 축구경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레슨은 따로 구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이 함께 뛰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그 순간 찌그러졌던 내 마음이 조금은 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 이 사람들과 함께 계속해서 풋살을 할 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풋살이지만, 어쩌면 이 사람들과 있는 시간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대번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레슨은 차후에 다른 방법을 찾더라도,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그렇게 여성 풋살 클럽은 아쉽지만 종료되었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시작해야 한다. 나에게는 시즌2에 해당될 것이다. 올해 나는 어떨지, 새로운 축구팀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계속 축구장 위에서 뛰고 싶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설레고도 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