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된 사랑의 보편적 감정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인 그리움을 영화의 주요 정서로 삼았다.
영화는 이를 통해 중년 레즈비언의 사랑 역시 그 밖의 모든 사랑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켜준다.
예전에 ‘call me by your name’을 볼 때도 비슷한 감상을 느꼈었지만 두 작품은 온도차가 있다.
‘call me by your name’은 두 청년간의 풋풋한 첫사랑이 작품을 이끄는 주요 정서로 이들의 사랑은 여름날 이태리의 풍경과 만나 뜨겁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반면 ‘윤희에게’는 중년 여성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이들의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픔과 그리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러한 정서는 한겨울 일본 오타루의 동화같은 배경과 결합하여 굉장히 은은하면서도 동시에 절절하게 표현된다.
대비되는 감정과 시공간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 모두 소수자의 사랑 또한 그 외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감상을 내게 준 점이 흥미롭다.
또 이 영화는 멜로 영화면서 동시에 성장 내지 가족 영화같은 인상을 주었다.
윤희가 스스로와 새봄에게 가진 짐과 같은 감정들이 쥰의 편지로 시작된 여정을 통해 해소되는 과정은, 윤희와 쥰의 이야기와도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된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그 외에도 새봄의 남자친구인 경수, 쥰의 고모인 마사코, 윤희의 전남편 인호등 여러 인물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사랑의 모습은 내게 영화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줬다.
끝으로 영화를 보고 한가지 바램이 생겼다면 언젠가는 이 영화를 퀴어 영화가 아닌 그냥 멜로 영화로 분류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사랑을 분류한다는건 너무 아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