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각형 Feb 11. 2024

슬의생

인간극장 대신 슬의생



고난은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아우구스투스에서부터 시작한 이 말이 인류에게 주는 울림이란 상당히 모순적이며 문제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시간이라는 천연 해독제가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하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흘러갈 방향이 상당히 달라진다.

나는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언제나 시대에 뒤처진 채 살아왔다. 어찌 보면 세상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달리 보면 세상과 무관하기 위해 세상을 등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나만의 망루에 올라 가만히 서서 관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글들이 죄다 이미 오래전에 세상의 빛을 본 것들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외면을 받고 있다. 예부터 지성의 적은 신문이었으나 문명의 발달로 인해 진정한 적은 신문이 아니라 영상물이 된 지가 수십 년이 지났다.

특히 최근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유리창에서 세상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뒤로 고금의 지성이 인류의 삶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급격히 축소되었다. 덕분에 세상 사람들이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동안에 나는 더 빠른 속도로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지를 탐구하는 데에 검은 유리창에서 시선을 거두는 것이 필수적인 현대사회의 단면이다. 하지만...

하지만 때로는 물질문명의 이기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파고들었던 이에게 친절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건네준 것이 4년 전 전국을 들썩였던 드라마다.

머릿속을 가볍게 하라며 잠시 책을 덮고 반짝이는 화면에 집중해 보라고 얘기해 주었다. 힐링이 될 거라는 말을 남기며 권해주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머리라도 쉬게 해주는 것이 어떻겠냐며...


우선 첫회를 본 소감으로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벌어지는 인류애를 담은 이야기들이 시청자에게 전하는 온기가 적당히 가슴을 후벼 판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나의 선택이 회피일지 회복으로 끝날지 미리 알 수는 없지만, 터널의 끝이 보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아픈 가슴을 부둥켜안고 그들의 기대에 자신을 잠시 맡겨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by 다치바나 다카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