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대로 산다는 것
한 여름밤의 꿈처럼 소란스럽고 화려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찾는 이 없는 책방은 늘 그렇듯 고요하고 적막하다. 나는 이런 고요와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이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서 혼자 숨 쉬고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살아있는 것 같다. 작년 5월 처음 책방을 열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8개월을 버텼다. 그리고 2022년 올해는 뭐든지 도전해 보겠다는 목표로 1월부터 10월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10개월을 꽉꽉 채웠다. 도서관에서 책방 대표로 특별 강연하기. 한겨레신문에 책방 소개글 쓰기. 2022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2회 북토크 열기. 다양한 언론매체 인터뷰 등 새로운 경험들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11월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했지만 변한 게 없는 책방. 여전히 나는 오지 않는 손님을 위해 책방을 청소하고 책을 입고하고 정리하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이 공간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깊이 생각해 본다. 원하는 일을 오래오래 계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방향을 잃은 것 같다면 속도를 잠깐 멈춰야 한다. 지금은 달리는 것보다 잠깐 멈추고 나를 돌아볼 시간임을 느낀다. 잠시 멈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