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를 나 홀로 맞이할 때
2007년 12월 추운 겨울, 삶의 바닥을 지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미 두 번째 이혼이 진행 중이었고, 일도 잘 풀리지 않아 사무실 월세도 못 낼 지경에 이르렀죠. 인간관계도 파탄에 이르러 가고 있었으며, 심지어 아들들과의 관계도 바닥을 쳤습니다. 2008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산에 오르다가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할 줄 알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그러면서 올해는 하루에 한통씩 감사편지를 써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사람들에게, 관계가 멀어졌던 아들에게도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남자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삶에 활력이 생기고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면서 사업이 회복되고, 관계가 회복되고, 일상이 회복되었습니다. 세상이 가장 힘겨울 때 시작한 감사의 작은 행동이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터닝포인트로 만들어낸 것이죠. 이 이야기는 365 thank yous라는 책을 쓴 변호사 존 크랄릭(John Kralik)의 이야기입니다.
감사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나를 견디게 하는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쉬이 지치지만, 고통 한가운데 서 있다 할지라도 그 안에서 감사할 수 있다면 버틸 수 있지요. 그리고 그때, 감사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포인트는 바로 '나'입니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그러니 스스로에 대한 감사 포인트를 찾는 것으로 감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단계를 확장해 가면, 어느샌가 고통의 시간을 넉넉히 이기며 지나가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존 크랄릭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평소에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습관이 있다면 고통의 순간에도 감사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근육과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평소에 운동을 하나도 안 하던 사람이 이삿날이 돼서 무거운 짐을 옮기고 힘을 쓴다면 몸살이 나겠지만, 꾸준하게 운동을 해온 사람이라면 근육에 무리가 안 가도록 힘을 쓸 수 있겠죠. 하지만 평소에 감사할 일을 떠올리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바쁘죠. 회사일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가정일도 있고... 바쁘기만 한 게 하니라 실시간으로 문제가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감사해야지 하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감사일기를 써보는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말이죠. 감사를 글로 써보면서 감사 근육을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감사한 일을 생각만 하니는 걸 넘어서 글로 써보면 좋은 점이 많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뇌에 각인시키는 효과입니다. 우리 인간의 뇌에 있는 '편도체'는 감정을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긍정적인 감정인지, 부정적인 감정인지를 판별하고, 이를 뇌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죠.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해서 정보가 편도체를 통과하면서 정서적인 중요도를 감지하고, 중요한 사건인지 아닌지를 라벨을 달아 기억의 저장소로 전달해 준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게 긍정적인 감정인지, 부정적인 감정인지 표를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날 때 감사한 일을 떠올릴 수 있다면, 편도체에 이 감사의 정보가 통과하면서 부정의 강도를 줄인 라벨이 달리게 되며 정서적 의미 부여가 달라질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더해 봅시다. 편도체는 감각을 느끼는 영역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손은 촉각을 강하게 느끼는 기관인 동시에, 우리 몸에서 가장 세밀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죠. 손으로 들어오는 자극, 그리고 운동은 편도체가 감정의 라벨링을 하는데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어떤 일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손을 움직이면, 우리 뇌에서는 단순히 생각만 할 때에 비해서 그 일의 중요성이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감사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지면 손을 움직이면서 감사한 일을 떠올리게 되니, 뇌가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도 감사일기가 정신건강과 감정적 웰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신경과학, 그리고 심리학논문들을 통해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더 과학적인 이야기는 이 책의 범위를 넘어가니 이 정도로만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이겨내는데 도움 된다는 게 놀라운 사실입니다만, 어떤 내용을 적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감사는 긍정적인 감정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감사는 긍정이란 것은 어려서부터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자, 생각해 봅시다.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 입으로 내뱉는 단어는? 아마도 보통의 경우라면 '엄마', '아빠'겠죠. 아이가 자라나면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칠까요? 많은 경우, 감사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주변에 어른들이 예뻐해 주면 '감사합니다'. 친구가 도와주면 '고마워'. 감사한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입을 떼고 걸음마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우리가 배워오는 것이 감사와 긍정의 감정을 연결하는 일인 셈입니다. 그러니 감사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긍정적인 일들을 떠올리고, 손을 움직이며 글로 적고, 머릿속에 새겨 넣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일기를 처음 쓸 때는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처음 하루 적을 때는 이것저것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하루, 힘들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등등.... 내 하루 생활을 떠올리면서 감사한 일을 적어 내려가죠. 그다음 날에는? 생각해 보니 하루가 비슷하게 굴러갑니다. 감사하는 내용도 비슷합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 가족과 함께했던 즐거운 시간, 일이 적당히 잘 풀려서 좋았다는 등등...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보면 매일 비슷한 일만 적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감사일기를 쓸 때 3가지 꼭지를 적어두고 적습니다.
첫 번째는 '나'에 대한 감사입니다. 스스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내가 잘해오고 있는 것들을 적는 거죠. 삶을 살아가는 주체인 '나'를 떠올리면서 감사한 일을 적기 시작하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채워 넣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좋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들을 적습니다. 아침에 정신없을 시간대지만 만년필 들고 생각을 정리해 본 나에게 감사합니다.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있었지만 참아낸 나에게 감사합니다. 퇴근하고 힘들었지만 아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온 나에게 감사합니다. 민망함을 참아내고 회의시간에 멋지게 발언한 나에게 감사합니다. 밤새 스마트폰 보면서 시간을 보낼 뻔했지만 푹 자도록 선택한 나에게 감사합니다. '나'로 감사를 시작하면 하루의 삶을 돌아보기도 쉽고, 잊고 넘어갈뻔한 나의 장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감사하다고 말하다 보면 그다음 대상으로 감사가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감사일기의 두 번째 꼭지는 '너'입니다.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에 대한 감사입니다. 하루 동안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감사했던 일을 생각해 봅니다. 자기가 할 일도 바쁜데 나를 도와준 옆에 앉은 동료에게 감사합니다. 상심하고 있었는데 커피 한잔하고 오자고 얘기해 준 김대리에게 감사합니다. 가족과 함께 먹을 맛있는 고기를 구할 수 있게 해 주신 정육점 김사장님 감사합니다 등등... 감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떠올려보고 적어보는 것이죠. 감사할 '너'를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나'에 대한 감사와 연결되는 때가 많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그 사건에 나 혼자만 있었던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누군가에 대해 감사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그리고, 감사일기에 적었다면 그 사람에게 찾아가서 감사하다는 말을 직접 표현한다면 감사가 대상에게 쏘아져 보내지는 것까지 완성되겠죠.
마지막 감사 꼭지는 '세상'입니다. 말이 거창해서 세상이라고 적기는 했습니다만, 기회에 대한 감사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쉽습니다. 세상이 나에게 준 기회에 대해서 감사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안전하게 출근했다면, 출근길을 안전하게 정비해 준 세상에 감사합니다. 오늘 계획했던 회사업무를 다 해냈다면, 이렇게 일할 수 있는 회사와 잘 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줬음에 감사합니다. 가족에게 사랑을 느꼈다면, 사랑을 느끼며 가정을 꾸릴 수 있게 해 준 세상에 감사합니다 등등... 여러 가지로 나에게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세상에 대하여 감사를 표현해 보는 거죠.
감사일기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루를 보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게 됩니다. 화가 났던 사건, 슬펐던 일, 즐거웠던 일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면서 그 감정이 어땠는지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걸 감사한 일들로 연결시켜 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어쨌든 우리가 적는 것은 그냥 일기가 아니라, 감사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감정의 라벨을 붙이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스스로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인 일로 전환시켜 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감사일기를 적다 보면 감사하는 감정의 근육이 자라나게 됩니다. 부정적인 일을 겪더라도 감사를 통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더 자라나게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7년 정도 감사일기를 적어오면서, 이 습관을 지속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우선순위였습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지라, 감사일기는 하루 일과 중 순위에 계속 밀려나게 됩니다. 감사'일기'라는 표현에서 오는 선입견도 있습니다. 꼭 하루의 마지막에 적어야 한다는 편견이죠. 하지만 일기를 쓰기에 잠자기 직전은 그렇게 좋은 시간은 아닙니다. 온갖 하루의 피로를 다 지고 있기 때문에 가장 귀찮고 힘든 시간이죠. 미룰 만큼 미뤄버리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감사일기를 쓰라고 추천할 때는 꼭 아침에 일어나서, 아니면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쓰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잠자고 일어나서 아직 하루에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을 때 시간을 내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더 좋은 점은 아침에 감사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감사'에 대한 생각이 하루 종일 이어지기 좋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화 먼저 내고 시작하는 것과, 감사로 먼저 시작하는 것. 어떤 게 좋을까요? 아직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아침시간에 감사를 선언하고, 나의 삶에서 감사한 일들을 찾아보고 시작한다면 감사라는 감정은 내 삶 속에서 모멘텀을 가지게 됩니다. 아침에 느낀 긍정적인 감정을 하루 종일 이어가는 거죠.
감사일기를 통해서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감사를 실천했다면, 이제는 세상 속으로 나아가 감사를 퍼뜨려야 할 때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함께 실천하는 감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인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