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내가 정릉에 산다고 하면 돌아오는 말이 있다.
“정릉은 공기가 참 좋다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산을 등지고 자리 잡은 이곳에 이사 오고 나서 더 많은 종의 식물, 동물을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봄에는 북한산 계곡 고인 물에서 올챙이 알이 뭉쳐 있는 것도 보았더랬다.
내 집 창은 남동쪽으로 나 있다. 볕이 드는 낮 동안 나와 바라는 햇볕을 쬐며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곤 하는데, 나도 바라도 창밖 왕벚나무 위를 노니는 새들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한참 추울 때 홍시와 귤을 창틀걸이 화분 위에 놓아주었더니, 금세 감꼭지와 귤껍질만 남은 걸 보게 되었다. 홍시를 네 개 놓았더니 더 많은 새들이 놀러 왔다.
동박새, 직박구리가 단골이었다.
어제부터는 아침 새소리가 더욱 찬란하다.
오늘은 직박구리가 삑, 삑 소리를 지른다.
감을 내놓으라는 건가.
배가 고프다고 하는 건가.
짝을 찾는 건가.
뭔가를 강렬히 원하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다.
그 소리를 따라 봄기운이 흠뻑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