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정릉식탁 15 - 양념 들깻잎
마당 가장자리에 웃자란 깻잎을 한 무더기 베어 챙겨주신 시어머니. 전에는 요리를 하기 위해 장을 보았다면 요즘은, 재료를 보고 요리할 것을 상상한다. 보통 들깻잎으로는 부침개 몇 장 부쳐먹거나 숨을 죽여 나물반찬을 해 먹었는데, 이번엔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리다 넓은 잎들만 모아 양념을 하기로 했다.
제일 중요한 건 양념장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법! 청양 고추를 다져서 넣고 마늘, 진간장, 매실액 조금, 식초 레몬, 꿀 조금, 멸치액젓도 조금 넣었다. 고춧가루도 넣고.
쑥쑥 비벼서 양념장을 완성하면 이제 1단계는 끝난 셈!
깨끗이 씻은 깻잎 한 장씩 양념을 바르고 또 한 장씩 올려 양념을 바르기를 무한 반복.
마지막으로 찜기에 넣고 찌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전자레인지에 20초 간 돌린 후 완성했다. 뭐든 간편한 게 진리지.
시식의 순간!
익숙하지만 상큼하고 속 시원한 매콤 쌉싸래한 맛이 입과 코를 순식간에 점령한다.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칭찬해 주고 싶어 질 맛이다. 양념장이 너무 맛있어서 양념 깻잎을 깻잎에 싸서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방에 서서 깻잎에 깻잎장 싸먹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 보니 현타가 온다.)
그럴 정도로 맛난 여름의 맛!
나 왜 이렇게 반찬 요리 잘하게 됐지? 이건 어디 내다 팔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맛! 양념들깻잎, 여름 밥도둑으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