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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나는 주머니 Aug 16. 2023

출근길 아무 말 대잔치 2.

연휴 다음날 출근길 버스 안의 탑승객들 사이엔 묘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니마음 내마음.  유노 왓아임 쌔잉.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바깥 풍경은 온통 태극기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태극기를 부지런히 달고 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달려진 태극기를 말끔하게 거두어들이는 손들을 잠깐 생각해 본다. 이만치 따뜻해진다.

잼보리 이즈 에브리웨어. 연휴는 잼보리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정독도서관에도 잼보리 친구들이, 롯데월드에도 잼보리 친구들이, 동대문 뚜레쥬르에도, 심지어 엄마집 근처 쌍문동에서도 만났다. 통계 기준으로 일 년에 세 번을 만나면 절친이라던데 이미 뚜레쥬르에서 절친 먹었지 뭐야.

초반에 여러 소음들로 어지러웠지만, 역시 세상을 움직이는 건 소음과 지켜보는 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정치에 꼭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겠지. 아무쪼록 낭랑 18세 잼보리 친구들에게 간직하고 싶은 여름이 되었길 바라며.  


며칠 무리를 했더니 어김없이 구내염이 왔다. 언제나 그 자리 왼쪽 혀 밑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너무 힘 빼지 않고 잘 해내고 싶은데 어느 때에는 무리를 해야지만 약소한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보통 구내염은 음식물이 닿으면 고통이 증가되어 식욕저하를 동반한다지만, 30년 역사의 구내염 달인에겐 어림없지. 왼쪽 물집에 전혀 닿지 않고 오른쪽으로만 음식물을 섭취하는 능력치만 상승된다. 왠지 모르게 억울해.

한 여름에도 첫 커피는 따뜻하게 마시는데 오늘은 아이스를 마셨다. 이번 여름에게 작별을 고하고 내년 여름에게 랑데부를 보내는 나만의 의식이다.

어젯밤 아기를 재우는데 아기가 갑자기 ‘엄마, 엄마는 엽전을 써봤지?’라고 묻는다. ’당연히 써봤지! 엄마 때는 엽전 한닙이면 마포나루에서 여의나루까지 뱃사공이 노를 저어줬었어.‘ 라고 대답해 주고 엄마의 위엄과 위상을 얻고 싶었지만 꾹 참고. ’토큰 알어 토큰? 엽전이랑 비슷하게 생긴 토큰이라고 있어!’라고 대답해 아기를 실망시켰다.

늘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는데 보통은 5분 먼저 도착하지만 가끔 7분을 지각한다. 10분을 일찍 나가면 모든 게 해결될 테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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