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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D Aslan Aug 25. 2020

전공의 일기.

5-5화.

"선생님 여기 수술장이에요. 인턴 선생님이 환자분 모시고 들어오셔서 전화드렸어요"


"네, 지금 엘리베이터 앞이에요. 금방 갈게요."


응급실의 혈뇨 환자가 수술장으로 입실을 했다는 연락을 받은 뒤, 나는 수술장으로 향했다. 하루에도 열댓 번씩 오가는 장소이지만, 매번 수술복을 갈아입는 갱의실을 지나칠 때면 긴장을 하게 된다. 하늘색 수술모를 착용하고, 수술장용 마스크로 교체했다. 가운을 캐비넷에 정성스럽게 걸어두고는 환자가 있는 수술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혈종이 다 안 빠지면 어쩌지? 입원장을 내야 하나? 일단 계획은 혈종 다 제거하고, 피나는 곳은 지지고, 소변줄을 다시 넣고 색을 보다가 괜찮으면 퇴원해서 다음 주 초에 외래를 내원하시도록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아까 응급실에서 뵈었던 비뇨의학과 전공의예요. 긴장되시죠?"


"응? 아까 그 선생님이여? 모자 쓰고 가운 벗으니께 못 알아보겠어. 안 아프게 해 줘. 무서워."


"안 아프게는 힘들고, 덜 아프게 해 드릴게요. 응급실에서 진통제 맞고 오셨어요?"


"응 맞았어. 팔에 수액줄도 잡아놨는데 엉덩이로 맞아야 한다고 해서 뭐라고 했어 내가."


"근육주사로 맞는 약이라 그래요. 환자분 도와드리려 그러는 거니까.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너무 그러지 마셔요."


"그려. 알았어. 안 아프겠지? 아프면 안 할래"


"아파도 하셔야 됩니다. 안 그러면 진짜 방광 터져요."


"마취는 하는 거지? 마취해줘."


"네에~ 선생님 여기 리도카인 젤(국소마취제 성분이 포함된 젤) 좀 꺼내 주세요. 인턴 선생님 환자 lithotomy position(산부인과의 검진 자세, 바로 누운 상태에서 양다리를 벌린 자세) 취해주시고, 옷(수술복) 입으신 뒤 환부 소독 좀 해주세요."


"넵! 선생님!"


인턴 선생님의 군기 바짝 든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수술장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활동성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을지 CT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CT를 아무리 다시 봐도, 출혈부위는 불명확한데...... 어디서 피가 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네. 전에 전립선 적출을 하셨으니까 rigid scope(단단한 방광내시경)이 통과하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고... toomey(혈종을 부숴서 흡인하는 주사기)를 잘 써야겠다.'


toomey syringe, 혈종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 구글 이미지 검색


"선생님 준비 다 됐습니다!"


"네~ 나갑니다."


환자는 환부를 내놓은 채 수술포에 덮여있었다. 내시경 장치를 모니터에 연결한 뒤 방광을 세척하기 위한 수액줄을 연결했다. 준비가 끝났다. 

Rigid cytoscope, 구글 이미지 검색


"자, 환자분 이제 시작할 거예요. 긴장하지 마시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후'하고 길게 내쉬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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