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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D Aslan Sep 03. 2020

전공의 일기.

5-6화. 방광내시경

방광 내시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단단한 경성 내시경과, 유연한 연성 내시경. 


연성 내시경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위, 대장 내시경과 유사하지만, 총길이가 조금 더 짧고, 두께가 얇다. 연성 내시경은 검사자가 내시경의 원위부(distal, 카메라 렌즈 끝)를 조작하여 굴곡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방광의 거의 대부분을 관찰할 수 있고, 통증이 경성 내시경보다는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기구와 결착하여 방광 내에서 행해지는 내시경적 시술을 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 연성 내시경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술에는 방광 내 변성 조직에 대한 조직검사 및 작은 출혈 부위에 대한 지혈, 5mm 미만의 이물질 제거 등이 있다. 


경성 내시경은 이름 그대로 단단한 구조로 이루어진 쇠 파이프이고, 직경은 빨대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이다. 유연함이 없어 방광의 전벽(앞쪽)과 방광의 목부분(방광과 요도가 연결되는 부위)을 자세히 관찰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으나, 각종 시술도구들을 결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남성의 하부 요로계의 경우, 전립선 부근에 위치한 굴곡으로 인해 경성 내시경 삽입 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며, 숙련된 검사자가 시행하지 않을 경우 점막 손상을 발생시키고 출혈을 조장할 수 있다. 


"환자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후~ 하면서 천천히 내뱉어 보세요."


"스으읍~ 후~"


"자 이제 카메라 들어갑니다. 힘을 주시거나, 움직이시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 주의하셔야 합니다. 시작해요!"


경성 내시경에 결착된 카메라를 움켜쥐고, 환자의 요도를 통해 카메라를 진입시켰다. 요도 점막은 별다른 특이소견이 관찰되지는 않았지만, 반복된 도뇨관 삽입으로 인해 요도 주위의 점막에 염증 소견이 관찰되었다.

 

"자, 이제 제일 아픈 곳이에요. 다시 한번 숨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세요"


경성 내시경이 전립선 요도에 다다르자,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검사 중 통증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힘을 주면서 내시경 진입이 어렵게 되는데 전립선 요도의 만곡을 잘 파악하고 내시경을 재빠르게 삽입하여 이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전립선과 전립선 요도의 이상소견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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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이 환자의 전립선 요도를 지나 방광 내로 진입했다. 방광 내부는 출혈 이후 발생한 혈종(hematoma, 혈액이 굳어서 발생한 혈액 덩어리)이 방광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혈종이 소변에 녹아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선생님 Toomey(혈종을 제거하기 위한 기구) 주세요. 환자분 방광 안에 있는 혈종을 제거할 거예요. 통증이 있을 수 있는데. 금방 끝낼 테니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아파 아파 그만 혀, 아파"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안에 있는 거 제거 안 하면 방광이 터질 수 있어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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