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트드득득 트드드드]
혈종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혈액이 Toomey syringe(투미 주사기)를 통해 배출되었다. 혈종의 색은 이미 형성된 지 꽤나 긴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였다. 주사기로 흡인된 혈종을 배수구로 흘려보내고, 주사기에 생리식염수를 가득 채웠다. 주사기를 경성 내시경 sheath(내시경이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싸개)에 결착하고 주사기를 통해 생리식염수를 다시 방광에 채워 넣었다.
"환자 분, 괜찮으세요?"
"아퍼, 아프니까 빨리 끝내. 말 걸지 말어! 참고 있으니까!"
"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우, 빨리혀!"
환자의 통증은 시술 시간에 비례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환자의 인내력이 바닥나기 때문에 서둘러 시술을 이어갔다.
[트드드드득 트드드득]
첫 번째 배액이 끝난 상황에서는 혈종 자체에 균열이 생기기 때문에 전보다 조금 더 수월해진다. 주사기를 이용하여, 더 이상의 혈종이 배액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시술을 계속하게 된다. 어느덧, 소변 색이 정상에 가까워지고, 시술을 중단 한 뒤 내시경을 이용해 방광 내부를 관찰했다. 대부분의 혈종은 제거되었으나, 방광 후벽에 위치한 일부 혈종들은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전보다 방광 내부를 관찰하기 용이한 상태가 되었고, 내시경을 이용해 방광에 남아있는 혈종을 targeting(표적화) 한 뒤 주사기를 이용해 배액을 시도하였다.
"악! 아파!! 아파!!"
환자가 급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할 때에는 방광의 점막이 주사기의 음압에 의해 딸려 들어와 자극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잠깐만요! 거의 다 했어요"
주사기를 재빠르게 양압으로 바꾼 뒤 내시경을 이용하여 혈종의 위치를 파악한 뒤 다시 주사기 배액을 시도했다. 혈종이 빨려 나왔다. 다시 내시경 카메라를 삽입하여 방광의 점막을 관찰했다. 방광의 후벽은 비교적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방광의 우측 측벽에서 불거진 혈관들이 관찰되고, 작은 혈관들은 피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분! 지금 방광 안에 있는 혈종들은 전부 제거했구요! 안에서 작은 출혈부위를 확인했어요! 아마도 여기를 지혈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한 오분 정도 더 견디실 수 있겠어요?"
"말 걸지 말고 빨리 혀. 아파서 죽겠어 아주!"
"선생님, 벅비(Bug-bee) 주세요"
bug-bee electrode는 방광 내시경으로 삽입이 가능한 일종의 내시경 지혈 기구이다. 방광 내의 작은 출혈이 있을 경우 이 전극을 내시경으로 삽입하여 출혈부위에 전기를 흘려주게 되면, 주변 조직을 소작하여 지혈을 하게 되는 원리이다. 방광 조직검사 등 방광 내부의 출혈을 일으킬만한 검사가 진행된 뒤 지혈을 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벅비 나왔습니다."
"인턴 선생님 전극을 내시경 내부로 밀어 넣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극을 출혈부위로 밀어 넣은 뒤 발판 스위치를 이용해 출혈부위를 지혈했다. 출혈이 멈추고 다른 이상부위를 확인한 뒤 시술을 마쳤다.
"환자분 출혈은 이제 멈출 거예요. 혹시라도 지연출혈이 있을 수 있어서 오늘은 소변줄을 다시 넣어 두겠습니다! 우선은 출혈은 잡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끝난겨? 나 이제 이거 두 번 다시는 못해, 절대 못하니까 피 안 나게 좀 해줘"
"네 일단은 정리가 되었어요. 이전에 방사선 치료하면서 변성되어있던 방광 점막에 노출되어 있던 혈관 하나가 터지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우선은 소변줄은 유지하고 응급실에서 오늘 하루정도 색 관찰하고 괜찮으시면 퇴실하실 거예요"
"그려 고마워. 다시는 안 할래......"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45 [의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