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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D Aslan Sep 19. 2020

전공의 일기.

5-9화 안도감

불이 꺼진 검사실에 들어섰다. 이미 다른 환자가 검사용 침대에 누워 방광 내시경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독된 내시경 기구가 놓이고, 환자의 회음부를 소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검사가 많네요" 


"어서오세요, 선생님. 여기 환자분 준비 시작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스테이션에 앉아 검사를 받게 될 환자의 의무기록을 확인했다. 산부인과 환자로 난소와 자궁에 생긴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기로 되어있는 환자였다. 여성의 경우 좁은 골반강(pelvic cavity) 내에 자궁과 난소, 방광이 조밀하게 모여있기 때문에 여성 기관에서 발생한 문제가 방광을 침범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때문에 수술 전 CT나 MRI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 점막의 표재성 변성이나, 작은 종양의 발생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방광내시경을 시행하게 된다. 환자에 대한 파악을 끝내고 검사실 침대로 향했다.  


"환자분 저는 비뇨의학과 의사입니다. 검사 시작할 텐데, 성함과 생년월일을 말씀해주시겠어요?" 


환자를 확인하는 절차를 끝내고 연성 내시경(Flexible cystoscope)을 손에 쥐었다.  


"이제 카메라가 들어갑니다. 숨을 크게 쉬시고, 후 하고 내쉬세요. 조금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아얏" 


환자가 불편감에 몸을 움직였다. 좁은 침대에서 환자가 움직이게 되면 낙상의 위험성이 있고, 검사 장비에 의해 

회음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많이 불편하셨죠? 이제 아픈 순간은 다 지나갔어요. 조금만 참아주시면 검사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엔 많이 놀랐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래도 살살해주세요" 


"네, 잠깐만 계세요" 

여성의 골반 장기, google


여성의 방광은 자궁에 의한 압박으로 방광의 후벽이 많이 돌출되어 있다. 때문에 방광 내부를 식염수로 채워 공간을 확보해야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방광이 팽만되어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나, 항문, 회음부로의 불편감이 생길 수 있다.  


'방광 삼각부도 괜찮고, 양쪽 방광-요관 접합부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관찰되지 않고, 방광 점막도 괜찮다. 이 정도면 정상 방광 소견이네.' 


"환자분 검사 결과 방광 내부에 특별한 이상소견을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무 마음 졸였어요" 


"네. 너무 걱정 마시고, 수술 잘 받으셔요"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검사 결과를 차트에 상세히 기술했다. 검사실을 나와 바로 옆 검사실로 향했다. 옆 검사실에서는 백발의 중절모 할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환자분 저 왔어요. 오래 기다리셨죠?" 


"아고, 이선생 왔구먼. 안 아프게 잘 좀 해줘." 


"네 최대한 안 아프게 해 볼게요. 저 기록 좀 확인하고 검사 시작하겠습니다." 


"그려, 빨리해줘" 


환자의 차트를 확인하고 검사를 위해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다시 연성 내시경을 손에 쥐고 검사를 시작했다. 


"카메라 들어갑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후 하고 내쉬세요" 


"아고고고, 안 아프게 해 준다면서. 아프잖아!" 


"이제 거의 다 들어왔어요. 아픈 건 지나갔으니까 조금만 더 참으세요." 

남성 환자의 경우 방광내시경이 전립선 요도를 지날 때 가장 많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이 구간을 빠르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이전에 전립선 암으로 적출술을 시행한 병력이 있었기 때문에 통증의 원인은 전립선 요도가 아닌 소변줄에 의한 요도 점막의 손상일 것이다. 실제로 요도 점막에 충혈과 발적 등이 관찰되었다. 


"환자분 방광 안쪽에는 이전과는 큰 차이가 없어요. 여전히 몇 군데 혈관이 점막 밖으로 부풀어 있는 양상이 관찰되지만, 지금은 출혈이 있는 곳은 없어 보여요. 다행입니다." 


"그려? 그런데 난 왜 소변을 못 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 반복된 소변줄 삽입 등으로 방광의 기능이 많이 약해져 있을 거예요." 


"우선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다행이에요" 


"그려 고마워" 


다행이었다. 환자의 방광에는 현재 문제가 될 만한 병변은 없었다. 안도감이 들었다. 반복되는 혈뇨로 몇 차례 만났을 뿐인데, 나를 '이선생'이라 부르시며, 반가워하시는 환자분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갔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순박하게 웃으시는 그 미소가 좋아서 일까?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음을 얘기하는 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저희 6개월 뒤에 또 뵙겠습니다! 그전까지 응급실 오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알았어~ 나도 안 오고 싶어. 다음에 또 이선생이 검사해줄 거지?" 


"날마다 검사하는 의사가 바뀌어요. 다음번에도 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제가 검사해드리고 싶어요. 교수님 외래 잘 보시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려 고마워"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50 [의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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