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이승연님의 아버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딸이 마음 아파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전복이 질겨서 못 먹겠다 말하는 아버지.
눈물을 멈추고 전복에 칼질을 하는 딸.
모름지기 사람이란 거의 다
자기 아픈 것이 가장 우선이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척 해야 하는데
때론 이렇게 사회화를 등지고
오직 나만 보는 경우도 있긴 하다.
오늘 만난 분도 그랬다.
기초생활 수급자이며
중증 질환을 앓고 계신다는
한 할아버님이 오셨다.
수급자를 위한 적금을 하신다길래
수급자 증빙서류를 가져와 주십사 했고
통장 내역으로, 혹은 복지카드로 안 되냐며
한참을 실갱이하다 주민센터로 향하셨다.
다시 돌아오신 할아버님은
9%짜리 특판 적금을 하신다 했는데
그것은 기초생활 수급 증빙이 아닌,
기초연금 수급 증빙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
그때부터 고성이 시작되었다.
감당하지 못할 데시벨로
다 확인한 걸 또 확인하려 한다며
소리를 지르시는 할아버님께
다른 고객님들을 위해
소리만 낮춰주시면 좋겠다 했지만
그럴수록 소리는 더 커질 뿐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지
알아봐 드린다고도 했건만.
본사에 수 차례 전화를 하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주민센터에 양해를 구하고
비대면으로 서류를 발급하기까지
30분 넘게 고성이 지속되었다.
살아오며 이런 방식이
할아버님껜 가장 편리하셨을까.
아무튼 일은 해결되었으니
본인에겐 참 잘 되신 일이다.
하지만, 그때 한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그가 지른 소리에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소음도 공해로 분류되는 건
그만큼 타격을 주기 때문이니까.
일이 잘 마무리되고
마음이 누그러진 할아버님은
본인은 귀도 잘 안들리고
몸도 아프고 돈도 별로 없으니
참 안된 노릇이라며 한탄하셨다.
가만히 들을 뿐,
그 말씀에 선뜻 동조는 하지 못했다.
내 머리와 귀가 아픈 것이나
하루에 힘든 기억이 남은 것이
제3자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롭고 헐거운 것 같지만
힘든 일도 꽤나 많은 연말이다.
내년엔 더 좋은 사람,
단단한 사람이 되라는
신의 뜻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