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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Mar 14. 2024

은행원 생존일지 5.

그럭저럭 만족하는 삶은 괜찮은 걸까


아메리카노 과다섭취 밖엔

심장 벅차오를 일 없는 날들이

이번 주 역시 계속된다.


(업무 실수로 살떨리는 것과는

매우 다른 두근거림 말이다.)


우리 나이에 심장이 자주 뛰는건

부정맥을 의심해봐야 한다지만

그래도 무언가 자극이 필요했다.



가장 편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뭣도 아닌 자에게

생각의 재료를 주입하고

새로운 감상을 불러 일으켜 주는 책.


그래서 오늘 출근 길엔,

자기계발 책 한 권을 다운받았다.


<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 >



제목부터가 끌렸다.


진짜 좋하는 일만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충족될 수 있다니.


저자는 훌륭한 사람이었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말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물 위의 기름이 된 느낌은 뭘까...


섞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어려운 말로는

공명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던가.



첫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참 많은데

사랑하는 딸,

햇살과 여유로운 시간,

엄마와 이야기하는 시간, 정도 외엔

  

딱히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좋아 하는 것이 많아야

그것을 대하는 설렘도 있을텐데


그러기에 나는

너무 빈약한 삶을 살아왔던가.



책에 마음이 동하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현실의 삶'이었다.


등원 직전까지는 전쟁이지만

지하철 안의 시간은 고요하고


회사는 피 터지는 전쟁터지만

퇴근 후 반기는 아이는 행복이고


갚아야 할 빚은 산더미지만

집, 차, 그리고 월급이 있고


너무 만족스럽진 않지만

불만을 추진력으로 갖기엔

죄책감이 들 것 같은 지금.


자기계발 책은 결국

늘어진 심장을 소생시키지 못했다.



뭘 더 하려는 시도로

뭘 더 얻을까 하는 의구심 또한

가만히 있으란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냥 있어 보기로 했다.


아메리카노나 많이 마시면서.


그럭저럭 산다는 게

어찌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럭저럭 정도가 되기까지도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도 어느 순간엔

스파크가 튀어주길 바라는 속마음이라니.  


참 간사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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