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퇴근일지 9.
부럽지가 않어 기대도 하지 말어
때로 은행 창구에서는
세상에 포장되어 나오는 유명인,
혹은 들어봤을 법한 기업들의
이면을 목격할 수 있다.
ㅡ
TV에서 상냥해 보이던 그 의사는
지독히 까다로운 기업가이고
누군가의 우상인 그 연예인은
대출을 안 갚아 직원을 곤란케 하고
핫딜을 자주 하는 그 회사는
남는 것 없이 사그러들고 있고
광고비를 팍팍 쓰는 그 회사는
생각보다 유동성이 넘쳐난다.
ㅡ
이러한 현실을 통해
누군가의 보이는 삶을
섵불리 부러워 할 필요가 없음을
조용히 돈 버는 자
왁자지껄하게 망하는 중인 자
사례는 다양하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착하고 바르게 산다고 잘 되고
악하게 산다고 안 되는 것은 아님을
그래서 참 아이러니한 세상임을
조금씩 배워간다.
ㅡ
그래서 우리내 엄마들이
신을 찾았었나 싶다.
인간의 의지나 상식 범위 밖의
일들로부터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절대자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중장년으로 접어드는 딱 올해,
내 안에도 들어차기 시작했다.
ㅡ
요즘 한 강아지 훈련사 사건으로
세간이 시끄럽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 하고
누군가는 예상치 못해 실망이라 하고
누군가는 양쪽 다 들어봐야 안다고 하는데
은행원들의 밥상머리에선
그런 사람 많잖아, 라는 건조한 문장에
아무도 반기를 들지 않았다. (예외도 있겠지만)
참, 많이도 겪었으니까.
ㅡ
내 주변에 보이는 것 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누군가에게 이상적인 잣대를 대는 것은
어찌 보면 상처를 예약하는 일일 지도.
그는, 혹은 그녀는
생각보다 착하지도 완벽하지도
착하지도 가난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