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학대, 의도된 살해였다
#1
말 다리에는 밧줄이 연결돼 있었다. 촬영 시작을 알리는 큐 사인이 떨어지자, 스텝들은 밧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말은 속절없이 목부터 땅에 쳐 박히며 넘어졌다. 이 장면은 여과 없이 그대로 송출되었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촬영 일주일 뒤 말은 이미 사망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뒤늦게 조명되었다. <태종이방원> 제작진은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2
사람을 유독 잘 따랐던 고양이 두부. 제보자는 그날도 어김없이 두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다리 사이에 몸을 비비며 제보자와 눈을 맞추던 두부는 20분 뒤, 한 남성에 의해 살해됐다. 두부에게 간식을 사주기 위해 제보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20대 후반 추정의 키 170 후반의 한 남성은 두부를 꼬리채 들어서 벽에 내리쳤다. 이것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했지만, 범인은 이미 사망한 두부의 사체를 바닥에 버리고 현장을 떠났다.
두 가지 사건은 표면적으로 차이점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의도성’이다. <태종이방원>의 말 학대 사건은 촬영 과정에 분명히 학대적인 요소가 존재했지만, 제작진의 주장에 의하면 말을 죽이려는 ‘나쁜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고양이 두부의 사건은 살해 목적이 분명한 ‘혐오 범죄’에 해당한다. 애초에 두부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적인 살해 행위가 가해졌다. 전자 사건에 비해, 후자는 더 명확한 의도적 학대에 해당한다. 동물학대 소식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의도적인 학대가 더욱더 가시화되고 그 범인 한 명을 악마화하는 것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게 맞을까?
<태종이방원>의 말 학대는 노골적인 ‘나쁜 의도’는 없었지만, 말의 신체적 특성을 간과하며 벌어졌다. 말은 평생의 80%를 서서 지내는 동물이다. 수백 킬로 그램에 달하는 몸무게를 견디느라, 다리가 하나만 부러져도 치명적이라고 한다. 당연히 가볍게 넘어지는 것조차 목숨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즉 동물과 함께하는 촬영에서 이러한 기본을 숙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자체로 ‘나쁜 의도’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제작진의 사과도 누군가에게는 그럴싸한 주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을 다루는 데에 ‘무지’는 때로 ‘흉기’가 되고, 이는 학대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이코패스적인 나쁜 의도를 포함하여, 동물 학대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할 이유다.
최근 독일에서는 개 목줄 잡아당기기가 금지되었다.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이제는 개의 목줄을 세게 잡아당기는 것조차 학대로 간주되는 것이다. 사실 동물 학대에 대한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조차도 해당 개정안을 처음 접했을 때는 급진적으로 느껴졌다. 필자는 진도믹스 중형견을 반려 중이다. 16KG의 반려견을 공공장소나 산책 과정에서 제어해야 할 때, 부득이하게 목줄을 당겨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때때로 나의 편의를 위해 불필요한 제어와 훈육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런 내 개인적인 경우도 결국 동물학대의 스펙트럼이 넓어짐에 따라 발생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의 생명권을 확대할 수 있는 본질적인 방법은, 그들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수단을 최대한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법 제도적으로 학대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가 맞물려야 할 것이다.
#<태종 이방원> 말 학대 사건의 엄벌을 촉구합니다.
-관련 청원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3905
#두부 살해 사건의 엄벌을 촉구합니다.
-관련 청원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xvwN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