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으로 '볶'은 '이'야기 EPILOGUE
[고기 패티를 굽는 회전식 그릴, CD 매대, 침상과 관물대, 갤리 앞 커튼과 점프 시트, 호텔 방의 화장대와 침대, 강의용 대형 터치스크린, 인공지능 로봇까지, 지금까지 사용된 크고 작은 소품이 무대 뒤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주인공이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오며 마지막 독백을 시작한다]
솬: 지금까지 여러 일터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야기를 독백으로 볶아낸 ‘독.볶.이.’ 였습니다. 볶으라는 밥은 안 볶고 웬 이야기를 볶으려니 맛깔스럽게 잘 볶였는지 걱정이 드네요. 재료 자체가 변변찮은 인물의 변변찮은 이야기라 어떻게든 소박한 재미라도 살려 보려고 희곡을 차용한 새로운 포맷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희곡이 낯선지라 이야기를 희곡이란 형태에 담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나마 출연하는 인물이 거의 없고, 무대 연출도 단출하게 할 수 있다는 독백이었기에 어찌어찌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한 편의 연극을 본다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으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네요.
[무대 왼편으로 걸어가 회전식 그릴부터 차례로 지나치며 독백을 이어간다]
솬: 아르바이트, 군 복무, 정규직, 프리랜서, 부업 등, 형태와 특징이 제각각인 일터에서 겪은 일화를 하나의 연대기처럼 정리한 기분도 들고 그 기록 사이사이에서 방울방울 피어오르는 추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문득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로만 향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어요. 물론 여기에 등장한 일 중엔 현업으로 종사하고 있는 일도 있지만, 그때 그 일 자체는 지나간 일이긴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보지도 않은 일이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에 관해 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이건 그야말로 소설을 쓰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어라, 말을 뱉고 나니 이번에는 또 ‘소설 에세이’ 같은 걸 써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종이책으로 만들어진 <분란서, 불란서>가 소설처럼 써 본 에세이긴 한데요, 지금은 명동 영플라자 1층에 있는 « 커넥티드 플래그십 스토어 »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는 책이랍니다. 잠시만요.
(왼쪽 귀에 착용한 무선 이어폰에 왼손을 가져다 대며 잘 안 들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애쓴다) 네? 잘 안 들려요... 아, 책 홍보 그만하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다시 관객을 바라보고) 다른 책 홍보하지 말라네요. 참 매정하네요. 아무튼, 여태까지 긴긴 독백을 들어주셔서, 아니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계속 독볶이, 독볶이 타령했더니 떡볶이가 지금 무지하게 당겨서 당장 떡볶이를 먹으러 가봐야겠어요.
[무대 오른편을 통해 나간다. 암전. 무대의 막이 천천히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