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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May 01. 2024

좋은 것은 자꾸 생각나

좋은 것은 자꾸 생각나

김응


봄볕 좋은 날

옥상에서 함께 부르던 노래


소나기 쏟아지는 날

우산 속 너와 나의 발걸음


가을빛 나무 아래

발그레 물든 너의 얼굴


장갑 한 짝씩 나누어 끼고

손잡고 걷던 우리의 밤


지나가 버린 시간들은

떠올리려고 해도

촉이 나간 전구마냥

깜빡깜빡 잊는데


좋은 것은 자꾸 생각나

애쓰지 않아도 자꾸 생각나


20240424(맑음, 바람이 좋다)


햇빛은 쨍쨍, 바람은 조금 쌀쌀한 날씨를 좋아한다. 오늘이 그날이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오토바이를 안 타는 건 오토바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언제 가도 편안하고 아늑해서 좋았던, 손 마주잡고 걸어서 좋았던,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진해_내수면공원, 가자~


그동안 내수면공원을 몇 번을 가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경화역, 들렀다. 벚꽃 필 때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얘기를 들었던지라 어느 정도이길래 그렇게 모여들까 싶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어쩌다 유명세를 획득하면 유명하다니 몰려든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일단 유명해지려고 하나보다. 벚꽃이 펴도 벚꽃이 져도 내수면공원이 훨씬 낫다. 나는 그렇다.


해가 뜨기 직전의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여명처럼 초록이 자신의 색깔을 하나로 만들기 직전, 하나의 초록색이지만 짙고 옅은 온갖 색을 선보이고, 햇빛을 받을 때마다 달라지는 이때가 초록이 절정인 시기다. 공원 중앙의 연못과 둘레를 감싸고 있는 나무와 산책로, 주변 산의 어울림이 과하지 않아 편안하다.


무릎 안 좋은 그가 옆에 있듯 천천히 걷는다. 머리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손 맞잡고 거닐던 몸의 기억은 여전해서 혼자 걷는 게 익숙지 않고 어색하다. 몸의 반복이 익숙함을 만드니 종종 와야겠다.


한 바퀴를 걸었나? 두 바퀴째였나 어느 순간부터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구간 멜로디를 반복 중이다. 음치에 박치에 가사마저 몰라서 흥얼흥얼 거렸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들었으면 중얼중얼 염불 외는 줄 알았겠지만, 현재의 결핍에 익숙해지기 위한 나름의 위로였다고!


어쨌든 초록은 이리 편안하게 아름답다.


https://youtu.be/tXV7dfvSefo?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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