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딜리버 리 Nov 19. 2024

효심이 생맥주

지난 6월, 몇 개월 내근 업무로 꿀을 빨다가 회사 이전 후엔 배송 업무로 돌아왔다. 이전하면 물품 분류 및 작업인원 세팅부터 손발 맞추는 데 한두 달 걸리는 걸 두 번의 회사 이전으로 안다. 한두 달은 배송이 엄청 힘들다는 소리다.


배송 물량이 어마무시하게 늘었고, 여기저기 지원 가고, 평균 걸음수가 2만 5 천보 이상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농땡이 안 부리고 일하는데도 막배(마지막 배송)가 늦어져서 연장근무를 반복 중이다. 안정화는 언제쯤 오려나?


하루는 숨이 턱턱 막히는 땡볕, 다음날은 하루 종일 비, 어제는 사우나처럼 습하고 더웠다. 한낮의 더위가 머물고 있을 집에서 밥 먹으려니 3일간 고생한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외식으로 결정.


식당 간판에 불 켜진 곳은 보이지 않고, 죄다 고깃집 아니면 술집뿐이다. 안주 하나에 맥주나 한 잔 하자 싶어서 찾아간 버스 정류장 근처 양고기 전문점은 첫 주문이 3인분(39,000원)부터, 횟집은 모둠회(소)가 35,000원,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는데 판매방식은 예전 그대로다. 편의점 도시락이 있으니 바뀔 필요가 없는 걸까?


주변을 두리번대는데 1층에 생맥주 글씨가 눈에 띄는 가게로 들어갔다. 손님이 한 명도 없다. 동네 장사집이라 밤 9시엔 마치나 싶어,

-장사 합니꺼?

-하모요

-오백 한 잔이랑 계란말이 주이소

맥주를 들이켠다. 그러고 보니 생맥주 오랜만이다. 하루 종일 땀을 흘려서 수분이 부족했는지 목에 걸리는 것 없이 쭈욱~ 들어간다. 계란말이 나오기 전에 한 잔 들이켜고, 한 잔 추가. 결국 1,500cc에 계란말이, 으음… 양고기, 횟집이랑 별 차이 없다. 조용해서 가끔 생맥주 마시러 와야겠다 했는데 오판이었다. 그날만 손님이 뜸했을 뿐 혀가 살짝 꼬인 5060 중년 남자들로 북적댔다. 낯가림 있는 중년 남자의 그 앞을 지나칠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