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인간 그 자체다
톨스토이가 했다는 말로 인터넷에 떠도는데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지 원전은 확인 못했다. 우리는 관심 가는 것에 호감을 느끼고 즐기며 반복한다. 스스로 어떤 행동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느냐에 따라 성격, 개인의 고유한 양식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취향이다. 신체기능이나 감각 때문에 타고났을 수 있고, 후천적인 노력이나 노출로 습득했을 수도 있다. 현재의 내 몸처럼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나"인 것이란 점에서 취향은 인간 그 자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취향은 남녀, 지역, 종교, 엄마(집안 분위기가 정확한 표현이지만 집안 분위기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엄마이므로), 교육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다른 게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사람의 숫자만큼 취향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법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제약을 받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취향이 아니라면 타인의 취향은 그 자체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나"를 표현하는데 충분하고, 누구나 취향을 통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 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이미 "나"는 나의 취향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권력관계(직장, 연애, 학교, 가족)에 따라 자신과 맞지 않은 취향에 억지로 맞추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타인의 취향에 자신을 맞추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고, 타인에게 자신을 맞추는 삶이 길어질수록 "나"로 사는 시간은 짧아진다.
누구는 타인의 취향에 자신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하고, 누구는 그 말을 상대가 자신을 위한다고 믿고 싶어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고, 맞출 수 있는 거라면 취향이 인간 그 자체란 말이 나왔을까? 타인의 취향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거지 나에게 혹은 내가 맞추는 게 아니다. 그럴 수 없는데 그럴 수 있는 것처럼 그럴싸한 약속은 진짜가 아닐 확률이 높고, 그럴싸한 약속을 믿는 것 역시 취향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진짜가 아닐 확률이 높다. 타인의 다양한 취향에 대한 존중은 자유주의의 기본이고, 나의 취향을 보호하는 1차 관문이기도 하다.
나의 취향
몸의 기억을 좋아한다(오래 걷기, 산책, 스트레칭 등)
깨끗하고 정리된 걸 좋아한다(청소, 세탁, 설거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을 좋아한다(책, 미술품)
조금 싱겁고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좋아한다
국수, 라면, 파스타 등 면류는 뭐든 좋아한다
클래식(국악, 재즈) 라디오를 잘 듣는다
SF와 초능력 히어로, 액션 히어로를 제외한 영화를 좋아한다
낯설고 설레며, 적당한 불편이 있는 여행을 좋아한다
일출보다 일몰을 좋아한다
오래된 도시 골목을 헤매고 다니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