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기 전에 라이딩해야지, 파트너에게 창녕 가자 연락했더니 선약이 있다. 오도방은 적당한 독립과 적정한 연대의 이동수단 아닌가! 혼자여도 가야지.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고, 청소기 돌렸더니 땀이 뚝뚝, 햐아~ 못 잡아도 두어 시간은 땡볕을 달려야 하는데 혼자? 아직 독립하기엔 시기상조 아닐까? 머리는 자신만 안전하면 가급적 몸을 안 움직일 적당한 핑계를 매번 만든다.
점점 더워지는 집안에서 딱히 볼 것 없는 TV리모컨을 만지작대며 미적대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어디로 갈지 정한 바 없이 파슈수에 시동을 걸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과하지 않은 배기음 소리, 부드등~ 쌕쌕~
자~ 시동을 걸었으니 어디로 갈까? 오랜만에 박물관 어때? 좋지! 자문자답 후 출발. 근데 배가 고프다. 배고픔을 언제나 우선이다. #금강산도_식후경! #부산박물관 바로 옆 참소국밥(4.0+). 싸고 푸짐해서 먹던 돼지국밥, 밀면도 만원이 심심찮은데, 8천 원! 맛도 슴슴하고 괜찮다.
#초량_왜관, 왜의 요청으로 1600년대에 확대 설치되었고 조선과 왜의 교역을 담당했고, 상당한 숫자의 왜인들이 살았다. 몇 백 년을 같이 살았으니 인적 교류가 없을 리 없다. 부산은 단일민족에서 빠지는 게 맞다. 오호~ 연산동에도 가야시대 고분군이 있구나.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나선형 복도에 최민식 선생 작품이 부산의 얼굴 제목으로 전시되어 있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마침 엄마와 딸이 지나가며,
-엄마, 이 사람들 누구야?
-옛날 부산 사람들
-할머니 같은 사람
-응, 할머니 어릴 때야
잠시 서있기도 힘든 바깥 날씨와 달리 냉방시설이 완비된 박물관에서 몰랐던 부산, 잊고 있던 부산의 얼굴을 봤다. 폭염에도 오도방은 타야하고, 그 덕에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