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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Jun 24. 2024

퍼붓는 비 원 없이 맞은 경주-부산 국도

6월 8일

0830 조식-0930 경주박물관 도착-1100 경주박물관 출발-1330 호포 순두부식당-1510 집


1. 경주 가족미니호텔

어제 4시간 넘게 오토바이를 탔고 저녁식사애 소주를 한 잔 했더니 언제 잠들었는지 눕자마자 잠들었다. 조식은 토스트기에 굽은 식빵과 잼, 음료(우유, 주스류, 커피) 정도 예상했는데, 메뉴를 선택할 순 없지만 테이블에 앉으면 오므라이스와 토스트를 바로 해준다. 양이 조금 적어서 그렇지 괜찮다.


2. 경주, 박물관

40여 년 전, 부산의 중학교 수학여행은 대부분 경주였다.(포철도 갔었는데 중학교가 아닌가?) 역사적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 영향은 어떠했는지 알 필요 없이 연도와 지명 중심으로 무조건 외우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고구마 백개 심자“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무언가를 한 순서인데, 뭘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전 지식도 없는데 현장 설명도 없이 수컷 호르몬이 넘쳐나는 60여 명 넘는 남자 중학생을 불국사, 석굴암, 천마총, 박물관으로 끌고 다녔다. 누구도 신라의 역사와 유적에 관심 없었던 것 같다. 결혼식 음식으로 갈비탕이 나오면서 스스로 쌈마이가 됐고, 경주는 수학여행으로 두 번 찾을 일 없는 누구나 가본 천년고도가 되었다.


잠은 20~30명이 들어가는 수용소 같은 방에 재웠고, 그때 당시에도 욕 나오는 수준의 급식이 나왔다. 밤마다 선생들은 거나한 회식을 했고, 아침마다 술냄새를 풍기며 우리를 닦달했다.


이런 사정이었으니 경주는 가본 곳이지만 본 게 없고, 외국의 유적을 보기 위해선 돈과 시간을 들여도 굳이 경주를 갈 마음이 든 적이 없었다. 30여 년 전, 유홍준의 답사기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때 배우고 있던 사진이 매개였고, 감은사지 3층석탑에서 찍었던 S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경주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


-형, 다음에 2박 정도 잡아서 경주 찬찬히 보고 오늘은 박물관만 들리까?

-그러자. 그러고 보니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경주를 봤는데, 경주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네


그렇게 박물관으로 갔다. 어제 동궁과 월지도 그렇더니 여기도 주차장이 만석 상태다. 히히히~ 오토바이는  상관없지! 입장료 무료! 원본이 수두룩한 박물관은 안 받는데 복원건물과 인공조명뿐인 동궁과 월지는 왜 입장료 받지? 성덕대왕 신종으로 시작해서 건물 뒤편 탑을 보고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도슨트 진행팀을 따라다닌 덕분에 눈으로만 훑던 신라 불상의 변천사와 당시의 생활 수준에 따른 불상 제작방식 등도 듣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였다.


미술관만 대충 둘러봤는데, 벌써 11시다. 본관으로 이동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일기예보에 오후부터 온다는 비가 지금부터 밤늦도록 오는 거로 바뀌었다. 강수량도 만만치 않다. 허~ 우비도 없는데 어쩌나?


-형, 난 휴무라 내일 내려가도 되는데?

-난 내일 오전에 약속 있어…

-그럼 하루 종일 비 온다는데, 늦기 전에 출발하자

-그래


처음 30분은 맞을만했다. 시속 80km를 넘지 않는 속도지만 비를 계속 맞으며 달리니 체온이 뚝 떨어지고 손가락이 굳어진다. 빗길에 급제동 시 미끄러질까 봐 전방 주시에 신경 쓰고 긴장해서 목과 등도 뻣뻣하다. 앞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결국 미끄러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차량과 충돌 없이 넘어졌고 형 오토바이에 발이 끼인 거로 그쳤다.


이미 속옷까지 흠뻑 젖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1회용 우비를 샀고, 온몸으로 맞닥뜨리던 비바람을 조금이나마 막아줘서 그나마 살 만했다. 그렇게 2시간 30분을 달려 호포역 근처에 도착.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서 일단 몸을 녹이고, 당을 채워야 했다. 근처 두부전골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야~ 이번 라이딩 어드벤처하다

-그러게. 춥고 힘든데 재미는 있네

-우중 라이딩 만만치 않네

-난 발등이 욱신거리는데, 형은 괜찮아?

-발목에 약간 통증 있는데… 괜찮아


점심 먹은 후 다음에 보자 인사하고 각자 집으로 출발~ 집에 오자마자 뜨끈한 물에 샤워하고 바로 우비 검색! 배달족들이 괜찮다는 후기를 남긴 제비표, 일단 눈도장 찍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발등이 퉁퉁 부었다.


푸른 바다와 비를 원 없이 만난 1박 2일 첫 라이딩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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