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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Aug 18. 2024

박물관은 살아있다

여름 가기 전에 라이딩해야지, 파트너에게 창녕 가자 연락했더니 선약이 있다. 오도방은 적당한 독립과 적정한 연대의 이동수단 아닌가! 혼자여도 가야지.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고, 청소기 돌렸더니 땀이 뚝뚝, 햐아~ 못 잡아도 두어 시간은 땡볕을 달려야 하는데 혼자? 아직 독립하기엔 시기상조 아닐까? 머리는 자신만 안전하면 가급적 몸을 안 움직일 적당한 핑계를 매번 만든다.


점점 더워지는 집안에서 딱히 볼 것 없는 TV리모컨을 만지작대며 미적대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어디로 갈지 정한 바 없이 파슈수에 시동을 걸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과하지 않은 배기음 소리, 부드등~ 쌕쌕~


자~ 시동을 걸었으니 어디로 갈까? 오랜만에 박물관 어때? 좋지! 자문자답 후 출발. 근데 배가 고프다. 배고픔을 언제나 우선이다. #금강산도_식후경! #부산박물관 바로 옆 참소국밥(4.0+). 싸고 푸짐해서 먹던 돼지국밥, 밀면도 만원이 심심찮은데, 8천 원! 맛도 슴슴하고 괜찮다.


#초량_왜관, 왜의 요청으로 1600년대에 확대 설치되었고 조선과 왜의 교역을 담당했고, 상당한 숫자의 왜인들이 살았다. 몇 백 년을 같이 살았으니 인적 교류가 없을 리 없다. 부산은 단일민족에서 빠지는 게 맞다. 오호~ 연산동에도 가야시대 고분군이 있구나.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나선형 복도에 최민식 선생 작품이 부산의 얼굴 제목으로 전시되어 있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마침 엄마와 딸이 지나가며,

-엄마, 이 사람들 누구야?

-옛날 부산 사람들

-할머니 같은 사람

-응, 할머니 어릴 때야


잠시 서있기도 힘든 바깥 날씨와 달리 냉방시설이 완비된 박물관에서 몰랐던 부산, 잊고 있던 부산의 얼굴을 봤다. 폭염에도 오도방은 타야하고, 그 덕에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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