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파트너와 동해의 푸른 파도를 원 없이 마시는 7번 국도 라이딩하자고 지난달 얘기했었다. 처음엔 2박 하며 천천히 다녀오려고 했으나 사정이 생겨 1박 2일로 가기로 했다.
6월 7일
0920 집-1000 서면 영광도서-1025 출발
-1122 일광해변-1250 강동몽돌해변-1330 감포 문무왕릉-1400 나정해변 옥이밥상(동태탕)
1500 나정해변 출발-1555 호미곶-1830 동궁과 월지-2050 미니가족호텔 도착, 짐 풀고 숙소 근처 빼돌린 뒷고기(저녁식사)
-오늘 어디까지 가노?
-삼척항 어떻노
-삼척, 안 머나?
-6시간 정도면 될 듯한데
-오케이 가보자
호미곶 도착하니 이미 오후 4시, 최소 3시간 이상은 더 달려야 하는데 50대의 몸으로 무리이지 않을까? 더구나 내일 오후엔 비 온다는데 괜찮을까? 어떡할까? 멈칫하는 순간 망설임은 들어선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경주로 가자~
1. 감포
죽어서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고 한 왕의 무덤은 설명문이 없으면 동해 앞바다 흔한 바위섬이었을 것이다. 기록은 기억을 만든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배경으로 카키색 잠바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S의 모습이다. 몇 년 전 다시 갔을 때 코스모스도 삼층석탑도 그대로였건만 주변 정비되고 관리받아서 그런지 20여 년 전 폐사지의 감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2. 호미곶
아~ 현충일과 주말이 끼인 금요일이라 휴교, 휴무가 많은가 보다. 여기도 사람들로 북적댄다. 예전엔 바다에 있는 손이 제법 거리감이 있었는데 데크를 설치했는지 엄청 가까워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뭘까?
3. 영일만
친환경 에너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대통령이 스스럼없이 산유국의 꿈을 발표했다. 영일만에서 정말로 석유가 나올지 어떨지 모르지만 영일만 근처 앞바다에 애정했던 고글형 비싼 선글라스는 확실히 묻혀있다. 한참 전 S와 해수욕하다가 넘실대는 파도에 바닷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닷물이 탁해서 발굴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찾느라고 시간 허비할 수 없어 애정했던 물건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의 감정을 동해에 같이 묻었다.
4. 동궁과 월지
주차장이 꽉 차서 자동차들이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줄지어 서있다. 복원 건물, 연못, 빗물 수로(가 그나마 정상 유적) 외에 딱히 볼 것도 없는데 입장객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야간 조명 인증샷 때문인 듯한데 이럴 정도로 멋지지 않다. 유적지나 관광지에 입장객 적정인원 좀 유지했으면 좋겠다. 도떼기시장처럼 이리 혼잡하면 유물도, 입장객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감정만 남으면 또 오지 않는다.
5. 경주 모텔
와우~ 모텔인데 10만 원 이하가 없고, 그마저 방도 없다. 라이딩 파트너가 시내에서 떨어진 숙소에 전화했더니 주인이 방이 1층이고, 트윈이라 좀 그렇다 해서 얼마냐니까 7만 원,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남자 둘이 자기에 문제없다. 더구나 조식제공까지!
6. 파슈수
동궁과 월지 돌아보고 왔더니 오일이 새는지 기름 떨어진 흔적이 있다. 지난번에 오일이 다 새서 멈춘 적 있는데, 이번에 또?
https://youtu.be/HFXoU3DHzwI?feature=shared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푸른 파도 마시며 넓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
누가 뭐래도 나의 친구는 바다가 고향이란다
갈매기 나래 위에 시를 적어 띄우는
젊은 날 뛰는 가슴 안고
수평선까지 달려 나가는 돛을 높이 올리자
거친 바다를 달려라 영일만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