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도 마시며 달려나가자

by 딜리버 리

지난 달, 라이딩 파트너와 동해의 푸른 바다를 원 없이 보는 7번 국도 라이딩하자 얘기했다. 처음 계획은 2박 3일로 느긋하게 다녀오는 일정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1박 2일로 변경했다.


-오늘 어디까지 가노?

-삼척항 어떻노

-삼척, 안 머나?

-6시간 정도면 될 듯한데

-오케이 가보자

호미곶 도착하니 이미 오후 4시, 카카오맵으로 검색하니 삼척까진 최소 3시간 이상은 더 가야하는데 무리아닐까? 더구나 내일 오후엔 비 온다는데 괜찮을까? 어떡할까? 멈칫하는 순간 망설임은 들어선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경주로 가자~


1. 감포

죽어서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려고한 왕의 무덤은 설명문이 없으면 동네 앞바다 흔한 바위섬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기록은 기억을 만든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빛바랜 사진처럼 세월이 흘러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장면들이 있다. 연한 카키색 잠바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S가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배경으로 코스모스가 핀 둔덕에 선 모습이 그렇다. 몇 년 전 같이 갔을 때 삼층석탑은 그대로였건만 20여년 전의 감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2. 호미곶

현충일과 주말이 끼인 금요일이라 휴교, 휴무가 많은 지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로 북적댄다. 예전엔 바다에 있는 손이 제법 거리감이 있었는데 데크를 설치한 후로 엄청 가까워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가까이 할 필요가 있을까? 자연과 인간의 적당한 거리감이 사라지면 자연은 인간에게 속절없이 무너진다.


3. 영일만

영일만에서 석유가 나올지 어떨지 시간이 지나면 확인되겠지만 친환경 에너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대통령은 산유국의 꿈을 서슴없이 발표했다. 20여년 전, 영일만 근처 해수욕장에서 S와 해수욕하다가 아끼던 고글형 비싼 선글라스가 넘실대는 파도에 쓸려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동해물인데도 바닷물이 탁해서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애정했던 물건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걸 찾느라 현재의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 미련을 동해에 같이 묻었다.


4. 동궁과 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 지 자동차들이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줄을 길게 서있다. 빗물 수로가 당시의 유적으로 그나마 남은 듯 하고, 나머지는 후대에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하고 상상해서 만든 복원 건물, 연못뿐인데 입장객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어느 순간부터 야간 조명이 들어오는데, 다들 그 인증샷을 찍기 위해 이렇게 모인 듯 하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럴 정도로 멋지진 않다. 유적지나 관광지에 입장객 적정인원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도입했음 한다. 도떼기시장처럼 이리 혼잡하면 유물도, 입장객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감정만 남으면 또 오지 않는다.


5. 경주 모텔

와우~ 모텔인데 10만 원 이하가 없고, 그마저 방도 없다. 라이딩 파트너가 시내에서 떨어진 숙소에 전화했더니 주인이 방이 1층이고, 트윈이긴 한데 뭔 일인 지 좀 거시기 하다 그래서 얼마냐니까 7만 원, 망설일 이유가 없다. 실제 방을 보니 1층 구석에 창이 없고, 침대 외엔 여유공간도 없지만 남자 둘이 자는데 아무 문제없다. 더구나 조식 제공까지!


6. 파슈수

동궁과 월지를 돌아보고 왔더니 오일이 새는지 바닥에 기름 떨어진 흔적이 있다. 지난번에 오일이 다 새서 멈춘 적 있는데, 이번에 또?


6월 7일 라이딩 일정

0920 집-1000 서면 영광도서-(잠깐의 수다)-1025 출발-1122 일광해변-1250 강동몽돌해변-1330 감포 문무왕릉-1400 나정해변 옥이밥상(동태탕)-1500 나정해변 출발-1555 호미곶-1830 동궁과 월지-2050 미니가족호텔 도착, 짐 풀고 숙소 근처의 빼돌린 뒷고기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반주



https://youtu.be/HFXoU3DHzwI?feature=shared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푸른 파도 마시며 넓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

누가 뭐래도 나의 친구는 바다가 고향이란다


갈매기 나래 위에 시를 적어 띄우는

젊은 날 뛰는 가슴 안고

수평선까지 달려 나가는 돛을 높이 올리자

거친 바다를 달려라 영일만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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