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에 이사 갈 동네 인근에 감천항이 있다. 냉장, 냉동 창고가 왜 이렇게 많을까 싶었는데 지도로 보니 항구 규모가 엄청 크다. 한쪽은 암남공원, 다른 쪽은 두송반도 사이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지형으로 항구로서 천혜의 조건이지 싶다. 바다를 접한 입구 쪽에 동, 서방파제를 설치해서 항구의 기능을 강화했다.
신입 시절 택배노동자의 피땀이 어린 배송지역이었고, 이젠 어느 골목에 어떤 집이 있는 지도 알만큼 훤하건만 갑자기 찾아오는 먹먹함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작년엔 배송 중에 울컥울컥 눈물을 쏟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전 국민이 먹어도 남아돌만큼 바나나 수입이 엄청 많았던 30여 년 전, 검역 통과 전 자연숙성되는 바나나를 골라내는 알바를 했던 곳도 감천항이었다. 인연은 뜬금없이 맺어지고 예외없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불교에선 인(因)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 연(緣)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 한단다. 어느 한쪽이 인연의 끈을 잡고 있으면 그 인연은 끝난 게 아니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처럼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오토바이로 15분 정도 가면 방파제가 있다. 구름이 유일한 그늘인 방파제엔 잡은 물고기도 없는 낚시꾼들이 땡볕은 아랑곳없이 낚싯대를 바다로 던진다. 그깟 생선은 상관없다는 듯 마치 바다를 낚을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