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을 찾아본 적이 없는데 어떤 알고리즘이 작동했는지 뜬금없이 SNS에 국립부산국악원 광고가 뜬다. 부산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있다. 왜 부산? 그것도 초읍? 공공기관 지방 이전 때문에 생긴 듯한데, 어쨌든 환영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제대로 된 국악 공연을 접한 적이 없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20여 년 전에도 있었으니 공연단체가 없어서 못본건 아니다. 관심이 없었다. 왜?
학교 또는 동네에서 행사 있을 때면 자주 접했던 풍물패, 농악, 사물놀이 공연들이 그저 그랬고(소음인 경우가 더 많았다), 명절이면 TV에서 볼 수 있던 창과 민요는 그냥저냥 했고, 각종 무형문화재인 000류의 춤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듯 관혼상제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우리네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 현재와 무관한 과거의 감정을 흉내내기 급급하고, 과거 형식을 답습하며 국악은 스스로 몰락한 건 아닌가 싶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게 여행이고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여행자로 살자, 했다.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낯선 국악을 제대로 접해보자 싶어 예약했다. 지난번 갔던 해양박물관처럼 건물만 국립스럽지 않고,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콘텐츠 퀄리티를 가졌으면 싶었다. 그래도 국립이니 기본은 하겠지 싶은 기대감도 있었고.
카카오맵으로 40여분 걸려서 낮잠, 알람 소리에 깨서 네비 찍었더니 1시간 30분 걸린다. 허어~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땐 가자! 퇴근길 꽉꽉 막힌 도로라도 골목길, 옆길로 오토바이는 갈 수 있다. 50여 분 만에 도착, 히히~ 오토바이의 힘이다.
1. 입장료가 만원, 이만 원이었는데 관객석이 거의 찼다. 관객 반응은 내돈내산 분위기던데 설마 여기도 초대권 뿌린 건 아니겠지?
2. 왜 무용극이라고 했을까? 뮤지컬을 대체할 말이 없어서일까? 관현악단의 연주와 무대미술(특히, 영상 디자인)이 없었으면 무용이 눈에 띄었을까?
3. 칼날처럼 휙휙 스치듯 날 선 조명이 더 실감 났을 것 같지만 전통(춤)과 현재(조명기술)가 결합된 칼춤 추는 장면의 조명디자인, 좋았다.
4. 한류가 바이러스도 아니고 문화예술에 “한류 확산” 이런 구리고 후진 표현을 쓰다니! 하이고~ 공연 내용도 한일 교류로 상호 우호증진이더만
5. 건반에 타악기 등 퓨전 형태였지만 국악관현악, 오호~ 괜찮다. 다음엔 눈이 아닌 귀로만 듣기 위해 와야겠다.
#국립부산국악원